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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명예 보호 vs 국가기밀 유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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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25일 국회 정보위원회 현안보고를 위해 국회의사당에 도착하고 있다. 남 원장은 이날 정보위에서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이유에 대해 “회의록이 왜곡됐다고 하니까 국정원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그렇게 했다”고 답변했다. [오종택 기자]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을 전격 공개한 남재준 국정원장과 민주당이 정면 충돌했다. 25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에서다. 취임 후 처음으로 국회에 나온 남 원장은 민주당 의원들이 회의록 공개 이유를 묻자 “야당이 자꾸 공격하고 왜곡됐다고 하니까 국정원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그렇게 했다”고 밝혔다고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이 전했다. 그러나 서상기(새누리당) 정보위원장은 “국가 안위라는 국익적 차원에서 내용을 공개했다고 말하면서 부차적으로 국정원의 명예를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 원장은 지난 20일 새누리당 소속 정보위원들에게 회의록 발췌본을 열람시킨 것에 대해서는 “제가 승인했다. 독자적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국정원장이 어떻게 국가기밀을 직접 유출할 수 있느냐”고 강력히 따졌지만 남 원장은 “이미 언론에 노출돼 국가기밀의 의미가 사라졌다”고 반박했다.

 또 민주당 측이 “원세훈 전 원장은 여야 합의가 있어도 국익상 회의록 공개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는데 왜 회의록을 정보위원들에게 전달했느냐”고 항의했지만 남 원장은 “합의가 있어야만 전달하느냐. 그런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남 원장은 자신이 국정원을 떠날 각오로 공개 결정을 내렸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내가 왜 사퇴하나. 그럴 용의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원세훈 전 원장과 남 원장에 걸쳐 두 번의 국기문란 사건이 발생했다”며 “남 원장은 국익을 팔아먹는 매국 쿠데타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또 회의록 공개의 청와대 연계설을 제기하며 항의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당시 국정원 논란에 대해 문재인 후보에게 책임지라고 했는데 이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추궁하자 남 원장은 “답변하지 않겠다”고 응수했다.

 앞서 열린 국회 본회의 5분 발언에서도 격렬한 공방이 벌어졌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대화록을 보면서 과연 대한민국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말인가 참담한 심정”이라며 “북한 독재자에게 우리 영토와 자존심을 송두리째 갖다 바치는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국정원이 황당무계한 NLL 작전에 들어갔다. 이는 친위 쿠데타”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남 이야기하듯 ‘의혹이 있으면 풀어야 된다’고 하는데 남 이야기가 아니고 박 대통령의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최경환(새누리당)·전병헌(민주당) 원내대표는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을 위해 국정조사를 실시키로 합의했다. 여야는 26일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고 7월 2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21일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박 대통령의 뜻은 국정조사를 하겠다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해와 합의가 급물살을 탔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 “NLL, 피로 지킨 곳”=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우리의 북방한계선(NLL)도 수많은 젊은이가 피로 지키고, 죽음으로 지킨 곳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고 말했다.

이 발언 이후 문재인 의원은 트위터에 “NLL을 수많은 젊은이들의 피와 죽음으로 지켜온 역사를 우리가 끝내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다짐할 것은 더 이상 피와 죽음이 없는 평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 아닐까”라는 글을 실었다.

글=강인식·김경진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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