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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 발 묶인 서비스산업 규제 각개격파로 풀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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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현 부총리는 경제 회복에 우선순위를 둔 정책을 펼치겠다고 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국회에 발 묶인 서비스산업 규제 각개격파로 풀 것”
현오석 경제부총리 인터뷰

서비스산업 규제가 올 하반기부터 크게 풀린다. 제조업 성장동력이 약화되고 있는 추세에서 서비스산업을 통해 국가 성장동력을 견인하기 위해서다. 규제가 풀리는 분야는 의료·관광·콘텐트·사업서비스, 문화·예술·엔터테인먼트 산업이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이 같은 방향의 서비스산업 육성 방안을 공개했다.

 세종청사 부총리 접견실에서 진행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 내내 그는 “우리 국민들이 한번 마음 먹으면 못해내는 게 없었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고용률 70% 달성을 비롯해 박근혜정부의 경제 과제를 달성해야겠다는 의지를 다짐하는 듯했다. 그는 “지방정부도 세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을 포함할지는 노사가 자율로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관광 등 국가 성장동력으로 견인

 - 예전에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로 경제가 성장하고 위기를 극복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우리에게 닥친 최우선 과제는 불황에서 탈피하고 저성장을 단절해야 한다는 점이다. 8분기 연속 전기 대비 0%대 성장이다. 이 리세션(경기후퇴)에서 벗어나는 것이 최우선이다. 한해 한해 저성장이라고 하면 변명이 되지만 저성장 기조가 오래가면 자신감이 없어진다. 이것을 깨려면 성장동력이 필요하다.”

 현 부총리는 성장동력을 “투자와 일자리에서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려면 2%대로 떨어진 성장률부터 높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성장 없이 복지를 할 수도 없고 복지와 관련 없이 성장만 추구할 수도 없다”며 성장과 복지의 조화를 역설했다. 그러면서 “지금 정책도 거기에 맞춰져 있다.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서는 성장 잠재력을 올려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창조경제와 투자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취임 이후 내놓은 경제 살리기 정책이 10개가 넘는다. 효과는 언제쯤 나타날까.

 “근거 없는 낙관도 안 좋지만, 근거 없는 비관도 안 좋다. 최근 산업생산, 소비자 심리지수, 기업반응들을 보면 ‘빅점프(대반전)’는 없지만 턴어라운드(회복) 하고 있다는 신호가 월별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이 속도를 가속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25일 경제 5단체장을 만나는 것도 이 속도 때문이다. 정부만 노력해서는 속도가 안 난다.”

 - 고용률 70% 달성 목표와 관련해 시간제 근로자 확대가 현실화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많다.

 “고용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성장과 서비스업 활성화인데,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가 새로 나오면서 너무 부각됐다. 이번 기회에 정규직·비정규직 개념도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나는 ‘자발적 시간제 근로자’라는 말을 쓰고 싶다. 임금이나 4대 사회보험, 기타 부분에서 차이가 없어지면 실현될 수 있다고 본다.”

정부 차원 가능한 일부터 해결

 이 이슈와 관련해 현 부총리는 “그런데 사실 나도 비정규직”이라고 뜻밖의 말을 했다. “언제 그만둘지 모른다”는 이유에서다. 국무위원은 임기가 따로 없기 때문에 그의 말대로 여하한 이유로 언제라도 그만둘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고용 문제를 계속 화제로 이어나갔다.

 “기업은 단기간에 인건비가 올라가면 당연히 고용을 줄이려 할 것이다. 결국 비용이 올라가고 실패할 수 있다. 그래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하기보다 노사 간 협의를 통해서 할 수밖에 없다. 통상임금, 대체 휴일제가 다 비슷한 이슈들이다.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을 포함시킨다면 어떻게 되겠나. 기업들로서는 당연히 정기 상여금을 줄일 것이다.”

 - 경제민주화로 기업의 투자심리가 위축됐다고 한다.

 “경제는 기본적으로 심리다. 기업이 불안해하고 있으면 정부가 풀어줘야 한다. 경제민주화는 기업 스스로 공정한 경제를 이루고, 사익 편취 같은 부작용을 막자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다만 너무 과잉된 규제를 만들면 안 된다. 입법 과정에 과잉이 있다면 정부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낼 것이다.”

 - 손톱 밑 가시 뽑기는 제대로 되 나.

 “정부에서 서비스산업 발전에 관한 법안을 이미 냈는데, (마냥 국회 통과를) 기다릴 수 없어서 각개 격파를 하기로 했다. 관광이면 관광, 의료면 의료, 풀어줄 게 뭐가 있는지 찾아내 다음 달부터 행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부터 먼저 해결하기로 했다. 국회는 계속 설득해 나가겠다.”

통상임금, 노사협의로 풀어야

 그는 투자 활성화와 관련해서는 더 나아가 “국내에 투자하는 기업은 한국 기업이라는 인식에서 외국인 투자 유치에도 강한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외에 나가 있는 국내 기업의 유턴 필요성도 강조했다. “중국이 지금 매년 임금이 18%가 오른다. 따져보면 전기나 전자를 비롯한 몇 개 업종은 이미 중국보다 국내가 더 경쟁력이 있다.”

 현 부총리는 이날 시간이 흐를수록 확신에 찬 모습을 보였다. 강봉균 전 부총리가 올 초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999년 당시 그에게 경제정책국장을 맡겼더니 뭘 물어도 잘 대답을 하지 않는다고 한 평가와는 달라진 모습이었다. 양적완화 종료 충격에 대해서도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도 했다.

 “며칠 더 봐야 하겠지만 벤 버냉키(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가 양적완화를 종료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은 미국 경제에 그만큼 확신이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 실물경기 측면에서 경기 회복에 대비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도 기업들의 투자를 지원할 방안을 준비하고 있고, 경제 5단체장에게 이런 점을 설명할 예정이다.”

 - 공공기관 경영상태는 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는 정보 공개를 통해 공기업의 실상을 그대로 드러내겠다. 공공기관의 지출 부분도 예비타당성 검사를 하는 것처럼 훨씬 강화된 시스템으로 점검하겠다. 가장 어려운 게 (임원) 인사인데 ‘공공기관 인재풀’을 확대해 전문성을 높이겠다.”(※기획재정부는 다음 달 중 이 같은 내용의 ‘공공기관 정책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방정부도 세출 구조조정 필요

 - 지방 재정 도 심각한 곳들이 있다.

 “복지를 예로 들겠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복지 사업만 하고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것은 예산이 없다고 하면 되겠는가. 어느 것이 더 맞는지, 예산을 어떻게 배정하는 게 옳은지 파악해 지방정부도 세출 구조조정을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베일에 가려진) 지방 재정도 공개해야 한다.”

 - 취득세 감면이 종료되는 7월 이후 부동산 거래 절벽을 얘기하는 사람이 많다.

 “우선 연말까지는 지켜볼 것이다. 주택 시장 정상화 정책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공공부문의 주택공급은 줄여놨고 수요는 늘어날 수 있는 여러 대책을 내놨다. 하반기로 갈수록 거래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터뷰=김동호 세종취재데스크
정리=박성태 기자

서비스산업 발전기본법  역대 정부가 투자 활성화를 위해 입법을 추진해 2011년 법안을 마련하고 입법예고까지 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 투자개방형병원(영리병원) 설립의 근거를 마련하는 법이라며 반대해 3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박근혜정부에서도 140대 국정과제에 포함시켜 국회 통과를 추진하고 있지만 진전이 없다. 이 법안은 정부가 5년마다 서비스산업 발전에 관한 중장기 정책목표를 수립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이달 말까지 법이 공포돼야 2014~2018년 계획이 수립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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