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경제위기, 그후 5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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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바트화 가치의 폭락은 아시아 전지역 주식시장의 붕괴를 불러왔다.
1997년 7월2일, 태국의 바트화가 폭락하면서 아시아 전역에서 통화 평가절하 및 주식시장 폭락으로 파장이 번져 갔다.

과거 7년간 국제 금융시장에서 손쉽게 얻어낸 신뢰도를 기초로 과도한 투자 자본을 끌어들이고 자산 가치를 부풀리던 시절은 이로써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아시아 경제는 어떻게 변모했으며 어떤 상황을 맞고 있는가?

경제 전문가들은 나라마다 다르다고 말한다.

일단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긴급구제금융을 받은 한국과 태국, 인도네시아를 살펴보자.

호주 회계업체인 페리에 허지슨의 공동 대표 앤토니 노만은 "내 견해로는 IMF의 간섭이 옳았는가는 아직 정확히 판가름나지 않았다"라며 "IMF식 해결 방안이 긴급구제금융이 필요한 모든 국가 경제에 반드시 맞는 것인지는 확언할 수 없다"고 말한다.

분명 한국의 김대중 정부는 당시의 위기를 은행의 구조를 개선하고, 국가 경제를 지배하던 거대 재벌에 대한 개혁을 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했다.

리젠트 증권의 줄리안 마요 역시 "한국은 여타 아시아 국가들보다 훌륭히 경제위기에서 벗어났다"며 "김대중 대통령이 IMF의 구제 방안을 겸허히 따른 것은 용기 있는 결단이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의 감독 아래 많은 문제를 낳아 온 재벌 구조가 해체되었다"고 말한다.

반면 인도네시아는 여전히 위태로운 상황이다. 경제 위기로 가장 큰 타격을 받았던 인도네시아는 국가 경제 전체가 뿌리째 흔들리고 독재자 수하르토가 권좌에서 물러나기까지 했다.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현 대통령은 인도네시아의 경제를 어느 정도까지는 안정시켰지만 뚜렷한 성장을 가져오지는 못했다.

투자 상담업에 종사하고 있는 리잘 람히 전 경제부 장관은 "현 내각이 들어선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어떤 경제 발전 프로그램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며 "이들이 무엇을 선결과제로 삼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실물 경제 분야를 발전시킬 수 있는 정책 입안도 없는 상태고, 정책 결정 과정도 지나치게 느리다"고 평가한다.

은행들에 구제금융 지원

태국은 이 둘의 중간쯤 되는 수준이다.

태국 정부는 수십억 달러를 들여 내수 소비 시장에 활력을 주고, 은행 구제금융을 지원하며, 산업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했다.

투자전략가인 마크 파버는 "지난 6년 9개월 동안 태국 경제는 매우 훌륭히 발전했다"며 "수치로 잡히지 않는 경제 영역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통계상으로는 확연히 보이지 않지만, 전반적으로 만족스럽게 돌아가고 있다"고 평가한다.

수치는 차치하고서라도 현재 태국은 전 사회적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독점 체제가 시장 세력에 의해 무너지고 정치 구조도 개방형으로 바뀌어가고 있으며 기업들도 주주에 대한 책임 경영에 나서고 있다.

페리에 허지슨의 허지슨 대표는 "해외 자본 등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기업지배구조가 필수적이라는 인식도 나오고 있다"고 말한다.

경기과열과 불황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아시아 국가들은 이미 확실한 교훈을 얻었다. 그리고 또다시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HONG KONG, China (CNN) / 오병주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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