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999%의 자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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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세 우주인을 태운 미국의 「아폴로」9호는 지금 지구선회 이틀째로 접어 들었다. 이번 실험에만 성공하면 인간의 달비행도 이제 바로 문턱에 이른 셈이된다.
이번 비행의 촛점은 닷새째에 있을 LM비행「테스트」이다. 네발달린 거미모양의 월착륙정(LM) 은 두비행사를 태운채 모선에서 떨어져 달에 연착하여 탐험을 마친다음에 다시 모선에 돌아오는 나룻배이다.
다만 이번에는 달에 직접 착륙하지 않는 일종의 모의연습이다. 그러나 이 나룻배 LM에는 대기권 재돌입의 장치가 없기때문에 5시간 남짓한 유영을 마친 다음에 모선에 귀환하는데 실패하면 안에 탔던 두비행사는 영원히 우주속의 미아가 되기 쉽다.
그러기에 『인간상호의 신뢰, 인간의 기계에의 신뢰가 이번처럼 요구된 시련의 장소』는 없다고 한관계자는 말하고 있다.
참으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모험이다. 그러면서도 「아폴로」9호의 기능을 99·999%까지 보장하려는 인간의 지식에 새삼 놀라게 된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한가지 서글픔이 있다. 5일 하오11시27분에는 LM선에서 7분간「텔리비젼」방송도 있고, 그것을 우리도 안방에서 볼 수 있게 됐다. 아무리 그래도 「아폴로」9호는 역시 우리의 얘기는 아니다.
1862년의 막부견구사절단에 끼였던 복택유길은 그후 1897년에 쓴 저서에서 그때를 회상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편법·기타 병원…등 눈으로 봐 신기하지 않은 것이 없고 그 유래, 그 공용을 들어 심취되지 않은 것이 없다. 그 모습은 흡사 오늘날 조선인이 처음으로 일본에 와서 보고 듣고 할때마다 놀라는 것과 다름이없다.
조선인은 그저 놀라고 돌아가는 자 많지만 당시의 우리 동행의 일본인은 놀라는데 그친 것이 아니라 이를 선망하고 이를 우리 일본에도 실행하려는 야심을 스스로 금할 길이 없었다….
근대일본의 선구자였던 복택이 이런말을 한지 70여년이 지났다. 그동안 엄청난 발전이 우리에게도 있었다. 그러나 정말로 우리의 손으로 만들어냈다고 자랑할만한 것이 얼마나 되는지 한번 생각해볼 문제다.
혹시「아폴로」실험을 보고 경탄하는 우리의 눈은 7O년전에 일본을 다녀온 우리네 선조의 그것과 조금도 다를게 없지않을까고 되새겨 볼 문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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