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고·자사고 체육수업 2배로 늘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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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영국의 명문 사립고인 이튼칼리지는 월요일을 뺀 나머지 날엔 체육 수업이 있다. 특히 화·목요일은 체육 시간이 3시간이나 된다. 이 학교 학생들은 매 학기 일주일에 8시간 동안 체육 활동을 한다.

 한국의 고교 중 수능 성적이 높기로 유명한 대원외고는 어떨까. 이 학교의 1, 3학년엔 정규 체육 수업이 아예 없다. 고교 2학년의 1년간만 1, 2학기에 걸쳐 매주 3시간씩 체육 수업을 받는다.

3년 전체로 보면 학기당 1시간에 불과하다. 고등학교에서 체육 교과가 천덕꾸러기가 된 것은 이미 오래 전이다. 한국 학생의 비만율이 계속 높아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내년부터 특목고와 자사고의 체육시간이 지금의 2배로 늘어난다. 또 모든 학기에 체육시간을 편성해야 한다. 교육부는 24일 이런 내용을 담은 ‘학교 체육 활성화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체육은 학생들의 체력을 증진하는 한편 협동심·배려심 같은 인성교육에도 중요하다”며 “정규 체육시간을 늘리고 수업의 내실도 높이겠다”고 말했다.

 체육 활성화 계획의 핵심 내용은 비(非)일반고 고교에서의 체육시간 확대다. 교육부의 ‘2009 교육과정’에 따르면 특목고·자사고는 일반고(10단위, 6학기 동안 2·2·2·2·1·1시간)와 달리 체육 수업을 절반 수준인 5단위만 이수하면 된다. 한 개 단위는 고등학교 6개 학기 중 1개 학기에 주당 1시간을 운영하는 것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1524개 일반고는 체육 수업을 평균 10.5단위(지난해 1학년 기준) 편성하고 있다. 하지만 전국 135개 특목고들은 평균 5.4단위, 전국 165개 자사고들은 평균 8.9단위다.

교육부는 학교 유형에 관계없이 내년 신입생부터 고교 체육 수업을 최저 10단위 이수하도록 하는 내용의 지침을 곧 학교들에 보낼 예정이다.

 교육부의 대책에는 전국 초등학교 중 46%(2713개교)에만 배치돼 있는 체육 전담 교원을 2017년까지 모든 초등학교로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내년부터 학교장 재량으로 중학교 3학년 체육수업 시간을 현재의 2시간에서 3시간으로 늘릴 수 있도록 하는 계획도 담겼다. 교육부는 또 여학생들의 체육 활성화를 위해 내년부터 매년 200개 학교씩 탈의실을 설치하고, 실내 체육실을 매년 300개교씩 만들도록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교육계는 체육 활성화 취지엔 공감하지만 교육 현장의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고 관계자는 “체육 수업을 늘리려면 다른 교과목을 줄여야 하는데 교육과정의 개편 없이 개별 학교 차원에서 이를 실천하기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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