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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사회기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요새 우리나라 사람들의 생활신조는 어떻게 바르게 사느냐 하는데에 있는 것이아니다. 어떻게든지 잘 살면 된다는데에로 기울어져 가고 있다. 물질적으로 부유하게 사는 것이곧 잘 산다는말의 내용인 것이다. 바르게 살면서도 잘살수는없게쯤 된 것이 오늘의 병폐가 아닐까?
정신적으로 바르게 살아야만 물질적으로도 잘 살수있다는 원칙이 어김없이 들어맞아야만 사람들은 이 길을 택할것인데 딱하다. 그 원칙이 안 맞는 것은 아니지만 당장에 나타난 결과로 보아서는 이 인과관계의 「프로세스」가 너무나 긴 우여곡절을 겪는듯한 인상이짙다. 바르게 살 신조를 안가졌던 반역자 이수근의 가발인생은 마침내 종언을 고하고 말았다. 그렇듯 거짓이 아무리 밖으로 미장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본바닥은 언젠가는 드러나고야 마는 것이다.
필자는 이사회의 표면에 노정된 몇가지 민족적 거짓의 종처를 도려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가 사치다. 몇몇 수입많은 사람들의 아낙네들이 인간의 본능적 장식욕을 정당히 충족시켰다고 해서 나무랄것은 없지않으냐 싶지만 슬픈 사별의 오열의 도가니 속에 옷자랑이나 하러온듯이 화려하게 차려입고 나설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것은 어느 사립국민학교교장의 장례식에서 목격한 광경이다.
백화점마다 하잘것없는무명옷 조각이나 널려 있어서야 국가의 수치라고생각되기도 하겠다.
그러나 만신창이의 「아스팔트」 바닥을 언제 파열될지 모르는「브레이크」와「핸들」로 간신히 끌고가는 일반「버스」가 콩나물 시루처럼 서민을 싣고 나르는 이마당에 웬사치냐 말이다. 「파리」나 「런던」 의 지하철의 승객을 생각할때 이것은 어찌된 영문인지를 모를 지경이다.
우리는 오늘 살다가 내일 죽으면 그만이란 말인가? 이래서 이수근이는 큰소리를 친 것이다.
놈은 죽일놈이지만 우리도 반성해야할것이 있지않으냐 말이다. 사치의꽂이 바로 독버섯이라는사실을 우리는 다같이 명심하자. 흰머리칼이 섞인 머리카락을 3천원에 팥아서 손자의 학비를 댔던 할머니의 마음, 그 아름답고 안타까운마음이 바로 우리민족의 어머니의 마음이 아니겠는가? 우리자손의 번영을위해서 우리는 머리카락이라도,아니피라도 팔아서 자립경제를 이룩해야하는 판국이다.
가발이나 멋진 사치품은 우리자신이쓰자고,그리하여 우리자신의 정신자세를 마비시키자고만들어낼 성질의 것은 아니지 않으냐? 분수를 지킬 줄 앝아야 하겠다.
한 개인의 분수보다도 아니 민족적인 분수를 지킬줄 알아야 하겠다는 말이다.
기운 옷을 입는 한이있더라도 우리는 한대의「버스」 , 한척의 군함, 한대의 「헬리콥터」,한권의 양서를 더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나 혼자만이 아니라 모두가 다같이 잘 샅수 있기 위하여…. 그것이 다름아닌 바로 사는 길이다. 이기영<동국대 불교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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