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 독자의 거리|<문화평론가>홍 사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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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줄어든 문학독자>
요새 우리네 문학처럼 재미없는 것은 없다고얘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문학의 저자들이 줄어들어만 가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문학작품이 재미가 없어졌다는데는 여러가지의 근거(?)가 있다고 볼수도있다.
첫째는 작가와독자의현실세계가 너무나도 유리되어있기때문이라는 현실이다. 그레서 흡사 주자와같은 작가와 장자의친구와같은 독자사이에는 날로 거리가 멀어져만가고있는듯한느낌이짙어진다. 작가가 다루는 세계는독자가 살고있는 상식의세계와는 다르다. 시점또한 다르다. 그러기에 양자사이에는 괴리가 있기마련이라는 얘기도 성립할수있다. 그러기에또「앙드레· 지드」 의말대로 『독자를 개발시키는것이 아니라 독자를 곤혹케하는』것이 참다운 문학이라는얘기도 알수있는것이다.
작가가 독자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까닭은 주자가 자기 친구에게 느끼는 심정과 같은데도있다.
「예일」 대학의 「스털링·홀」 의 입구에있는 명각문에는 이런구절이있다.『그는 웃음의 선물을 받았으며 세계는 미쳐 있다는 의식을 갖고태어났다.』

<작가와 독자의 눈>.
광기에 차있는게세상이라고보는 작가의눈과독자의 눈에는 너무나도 큰거리가있다는데 문제가있다. 그렇게 작가들은 보고있다. 그렇다면 세상이 광기에 차있다는 것을 왜좀더 납득이 가도록 얘기해주지 못하느냐는 불만이 독자편에는 있다.
그러나 여기에대해서는작가도 변명의여지는있다. 가령 교통신호는 시민들에게 다시없는사회적강제력을 갖고있다. 그러나시민들은 그 강제력의 의미를 주체적으로 지각하고있다. 그러기에 적신호등에 조금도 폭력을 느끼지못한다.
이것이 바로 권력의 마땅히 갖추어야할 모습이다. 그러나 가령 적신호가 너무 일방적으로 길어지거나 특정층을 위해서 신호전환을 중지시켰을때에는 신호가 폭력화된 것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이것이 상식화되었을때에는 세상이 광기에차있다고 보게된다. 다만이런 광기나 폭력에 대하여 저항하기에는 너무나도 작가의 힘이 약하다는 의식이 더욱 작가들로하여금 현실을 등지게만들어 놓고 있는것이라고 볼수도있다.

<재미없는 「픽션」>
그러나 독자들의 불만은 이런데서 그치는것은아니다. 작가가 펴놓은「픽션」 의 세계는 이제는독자들이 일상 생활을 통해서 겪은「논·픽션」의세계보다도 재미가 없는것이다. 거짓말 같은 믿을수없는 얘기들을 매일같이 우리네 주변에서보고, 듣고 하고 있다는것이다. 그래서 사실 그자체를 단순히 「사실」 이라고 하지않고 「논·픽션」이라고 말하고있는것이다.
따라서 더욱더 소설의세계는 재미가 없는것처럼느껴지게 되는것이다.
그러니까 보다많은 독자층을 끌기위해서는 흑은 독자들의 일상적인생활보다도 더자극적인 「픽션」 을 그려내야 할것같은 유혹을 느끼게된다. 여기서 「센세이셔널리즘」이 판을치게되는 것인가보다.

<승리· 영합의배반>
이것은 문학의 대중화와는 전혀다른 애기다.
그저 대중문화의 폭력에 못이겨 문학이 그본래의 모습을 잃어가며있는데 지나지않는것아다. 한편으로는 문학과 독자와의 지나친 괴리가 문제된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독자의 구미에의지나친 영합도 문제가된다. 이 이율배반성을 어떻게 초극할수있느냐하는데 오늘의 우리의 작가들의 다시없는 과제가있다고봐야 할것이다.
비참하게 되는 비결은 자기가 행복한지 아닌지를 따질만한 어유를 갖는것이라고 어느 독설가가 말하고있다.
우리네 대중에게는 그만한 여유조차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작가가 쓸수있고 또 써야만하는 것이무엇인지? 여기에 우리네 작가들이무엇보다도 먼저 머리를써야할 문제가 있을것이다.

<「유형화」의 허점>
오늘의 우리네 작가가머리를 써야할 또 하나의 문제는 주인공들을유형화시키거나 그렇지 앓으면 차츰 인간을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무정형무한정한 대중이라는「군」으로서만 파악하려 한다는 호점에서부터 나온다.
현대인은 분명 조직과집단속의 한분자로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그는동시에 여러 조직과 양소에 소척되어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복수의 얼굴과 복수의 인격을 갖고있는 다중인격자인 것이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 이상으로 복잡한 오늘의 개인을그릴때재내의수법으로는 적당치못할 것이다. 이러한 것에 머리를쓰고있지못하기때문에 가령대학교수를 주인공으로하는 소설에서그사생활만이 문제되거나. 그려있고, 그공적인 생활에는 전혀눈을 돌리지않게되는것이아닐까. 이렇게보면 이런데 독자들의 가장큰 불만이있는 것인지도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가장두려워해야할것은 이러한상황속에서 참다운문화가증발되어가고있는 것이나아닌가하는 문제다. 물론이것은 문학에만 한정시키지않고 하는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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