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마수」의 발악 긴박의 15분|이수근체포…목격자의 수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소름이 끼치고 아찔한 순간』이라했다. 지난달 31일 아침「사이공」「탄손누트」공항에서의 국제추격전 15분. 미국의 ABC「텔리비젼」주월특파원 이태흥기자(36)는 서울에 오려고 「프놈팬」경유 「홍콩」행 CPA「보잉」727기를 탔다가 우연히 이수근을 보고 깜짝 놀랐다. 『설마 이수근이가 그럴 리가! 싶었다』했다. 다음글은 이수근이 잡히는 순간을 본대로 적은 이기자의 목격수기이다.

<무슨일이 있구나>
1월31일 상오 7시50분「홍콩」을 떠난 CPA기가 10시 30분쯤「사이공」「탄손누트」공항에닿았다. 나는 이날 상오 9시50분「탄손누트」공항에서 출국수속을 하던중 주월 한국대사관의 「미스터」송을 만났다.
『월남경찰이 어디있느냐?』고 묻기에 일러 주었다. 육감으로 『무슨일이있구나』싶었다.

<외돌토리 손님하나>
상오11시5분, 수속을 모두 끝내고 CPA기「프놈펜」에 올랐다. 내가 1착으로 탄 손님이었다. 비행기 왼편 날개쪽 창문에는 승객 한사람이 앉아있었다. 「프놈펜」으로 가는 손님들도 일단온 「사이공」공항에 내려 차를 마시고 하는 것이 통례. 이외돌토리손님은 그때 신문으로 얼굴을 덮고 「시트·벨크」를 맨 채 비스듬히 앉아 있었다.
이수근인줄은 전혀 몰랐다. 조금 있으려니까 얼굴을 가린 신문이 약간 비껴져 첫눈에 이수근임을 알았다.
그동안 「홍콩」에서 빚어진 격투경위는 몰랐으나 이가 심상치 않은신 분임을 직감했다.

<불안에 떠는 얼굴>
이 때 이의 표정은 창백하고 불안에 감싸여 있었다.
판문점출입기자를 오래하여 이수근의 모습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러기를 10분. 승객들이 거의 비행기에 탔는데 주월대사관 이모공사가 비행기 앞으로 올라왔다. 이 때문에 나온 것이었다. 『이 비행기가「홍콩」에서 들어왔소?』하고 묻기에 『그렇다』고 대답하자 뒷문으로 나갔다. 미리나가 『이수근이가 여기있다』고 일렀다.

<월남경찰 나타나>
이공사는 눈짓을 하며 「쉬쉬」했다. 조금 있다 이공사가 다시 비행기 앞문으로 들어오더니 이수근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순간 월남경찰 2명과 주월대사관 직원 3, 4명이 미리 들어왔다. 이공사는 이경찰에게 여권을 내놓으라』했다. 이수근은『죽으면 죽었지 못내겠다. 못내리겠다』했다.이렇게 승강이 하기를 2, 3번

<수갑 채우고 압수>
이공사가 『끌어내』하고 소리치자 대기해있던 3, 4명의 중앙정보부원이 덮쳐「벨트」를 풀었다. 월남경찰은 우리대사관 직원에게 수갑 하나를 넘겨 주었다. 이때 이수근은 발악,「넥타이」가 풀리고 왼쪽신발이 벗겨졌다. 정보부원들은 이수근을 강제로 끌어내려 수갑을 채우고 덮개없는 「지프」에 태워 쏜살같이 어디론지 데려갔다. 약15분 동안의 숨막히는 추격체포의 장면이었다.
이수근이 잡혀간 뒤 한국인 「스튜어디스」「미스」장에게 그간의 동정을 물어봤다. 「미스」은 사이공 공항에서 오직 한사람이 내리지 않기에 『한국사람이냐?』고 물어봤으나 그는 아무대꾸도 하지 않았다. 옆에 있던 일본인「스튜어디스」가 『그러면 일본사람이냐?』고 묻자 그렇다는 식으로 고개를 그떡끄떡했다는 것이다. 일본인 행세로 탈출을 하려다가 꼬리가 잡힌 셈이다.

<반공의식 굳건히>
나는 신병으로 서울로 가던중 이 흉악한 배반자의 체포 순간을 눈으로 똑똑하게 본 것이다. 반공의식이 새삼스럽게 우러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