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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브 루스 방망이, 운동용구냐 수집품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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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스포츠용품업체인 A사는 2011년 8월 미국의 한 경매에 나온 홈런왕 베이브 루스의 야구방망이(사진) 입찰에 참여했다. 전 세계에서 몰려온 야구팬과 경쟁해 3만7400달러(약 4300만원)에 낙찰받았다. 그가 쓰던 야구방망이는 일부 경매에서 낙찰가가 100만 달러를 넘길 정도로 인기 있는 품목이다. 베이브 루스(1895~1948년)는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에서 1935년 은퇴할 때까지 22시즌을 뛰며 당시 최고 기록인 714개의 홈런과 7번의 월드시리즈 우승(보스턴 레드삭스 3번, 뉴욕 양키스 4번)을 기록한 전설적인 인물이다. 이 회사가 낙찰받은 야구방망이는 손잡이 부분이 일부 훼손돼 복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설적인 선수의 야구방망이를 비교적 싸게 샀다는 기쁨도 잠시였다. A사는 이 방망이를 박물관에 전시하기 위해 한국으로 들여오면서 많은 관세를 내야 할지 모른다는 걱정에 휩싸였다.

 보통 야구방망이는 운동용구로 분류돼 8%의 관세가 붙는다. 하지만 수집품으로 분류되면 무관세(관세율 0%)가 적용될 수 있다. A사는 베이브 루스의 야구방망이가 운동용구인지 또는 수집품인지 정해달라고 관세청의 관세평가분류원에 의뢰했다.

 관세평가분류원은 고민에 빠졌다. 베이브 루스가 쓰던 야구방망이는 분명 운동용구이지만 수집품 성격도 강하기 때문이다. 관세평가분류원은 관세율 적용 여부를 관세품목분류위원회로 넘기고 결정을 기다렸다. 관세품목분류위원회는 일선 세관에서 결정하지 못하는 품목 등에 대해 최종 품목 분류를 결정하는 기구로 민간전문가(교수·관세사·시민단체)와 관계기관 공무원 등 31명이 위원단을 구성하고 있다.

 위원회는 19일 “베이브 루스가 사용한 야구배트가 운동용구로서의 본질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희소성의 관점에서 흥미를 돋울 수 있는 수집품으로서의 가치가 더 중요하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 방망이는 관세율이 0%인 수집품으로 분류됐다.

 위원회에서는 또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워머신을 6분의 1 비율로 축소한 모형(일명 피규어)을 조립형 키트(관세율 0%)로 할 것인지 아니면 모형완구(관세율 8%)로 분류할 것인지를 두고도 논란을 벌였다. 위원회는 이 모형이 비록 구매자의 취향에 따라 액세서리를 부착해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를 만들 수는 있지만, 그 캐릭터가 하나의 형상으로 제한되어 있어 다양한 형상을 만들 수 있는 조립형 키트로 볼 수 없다고 보고 기타 모형완구(관세율 8%)로 결정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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