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NLL 대화록 전문 공개, 답 아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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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가 8개월 전으로 되돌아간 듯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제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을 했는지를 두고 여야가 다시 극한 대결을 벌이고 있어서다.

 새누리당 소속 국회 정보위원들이 그제 “야당은 NLL 포기 발언이 없다고 거짓말을 한 것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 게 계기였다. 국가정보원이 제공한 노 전 대통령의 NLL 발언 축약본을 열람한 뒤다. 이후 익명을 전제로 이른바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쏟아냈다. “제일 큰 문제는 미국이다. 패권적 야망을 드러내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NLL을 변경하는 데 있어 (김정일) 위원장과 내가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등이다.

 NLL 논란은 이미 검찰의 판단을 거친 사안이다. 대선을 앞둔 지난해 10월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관련 의혹을 제기하자 검찰은 국정원에 보관된 정상회담 대화록과 축약본을 검토했고 올 2월 “기본 취지는 사실에 부합한다”고 발표했다. 노 전 대통령이 포기로 해석될 법한 발언을 했다는 의미여서 당시 국가 정상이 영토 수호란 헌법상 제1 책무를 망각했다고 개탄했었다.

 새누리당의 이번 폭로도 국정원 자료를 근거로 한 만큼 사실일 개연성이 크다. 다시 최고 통치권자가 재량 범위를 넘어선 발언을 할 경우 어떤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지 목도하는 듯해 안타깝기 그지없다.

 하나 지금은 냉정하게 국익을 따져야 한다. 지난해 논란이 불거졌을 때 포기 발언이 사실인지 규명하고 사실이라면 NLL이 실질적인 남북 경계선이란 점을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고 실제 검찰의 수사를 통해, 여야의 NLL 사수 다짐을 통해 그리 마무리된 터이기 때문이다.

 새 쟁점은 구체적인 발언을 공개할지다. 여야 모두 전문(全文) 공개를 외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본다. 정상 간 대화록의 공개는 궁극적으로 국익을 해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대화록을 대통령기록물로, 공공기록물(2급 기밀)로 다루는 이유다. 국내 정쟁 때문에 대화록이 바로바로 공개된다면 어느 정상이 깊은 대화를 하려 하겠는가. 설사 한다손 쳐도 제대로 된 기록을 남기겠는가. 후대에 손해다.

 전문이 공개된다는 건 북측 인사의 발언도 공개된다는 얘기다. 그간 북한의 협상 전말 공개 행태에도 우리가 맞공개를 삼간 건, 남북관계를 고려해서였다. 설령 대화록을 내놓더라도 호기심이 충족될 순 있어도 논란이 종료될 거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각자 유리한 대목만 부각하는 논란의 ‘연장전’이 될 게다.

 따라서 논란을 더 키워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결국 모두 패자가 될 수 있다.

 이미 새누리당은 국정원 댓글 사건을 물타기하려고 정략적 접근을 했다는 질책을 받고 있다. 정쟁을 불러일으킬 게 뻔한 대화록을 내놓은 국정원이나 정국 관리의 책임을 진 청와대도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무조건 “포기 발언 없었다”고 버티는 야당도 떳떳한 처지는 아니다. 발언의 진위 공방으로 끌려갈 수밖에 없다.

 이젠 멈춰야 한다. 정 어렵다면 여야 정보위원들이 공동으로 대화록을 열람한 뒤 내용 언급 없이 각자 입장을 발표하고 끝내자. 과거의 발언보다 더 중요한 건 NLL을 어떻게 보고,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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