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de Shot] 북한 인민화가가 제작 참여한 ‘참회와 속죄의 성당’ 모자이크 벽화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28호 16면

모자이크는 돌이나 유리 조각을 이어 붙여 무늬를 만드는 기법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돼 로마를 거치며 비약적으로 발달했다. 비잔틴 시대에는 찬란한 종교화가 제작되기도 했다. 한국에선 서울 성공회 성당 등 몇 곳에서 작은 작품을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오는 25일 경기도 파주 통일동산에서 문을 여는 ‘참회와 속죄의 성당’에서는 제대 위 둥근 천장을 가득 채우는 가로 20m, 세로 7m 규모의 모자이크화를 볼 수 있다.

예수와 남북 성인(聖人) 8위를 묘사한 모자이크화는 북한 예술가들의 손으로 제작됐다. 성당이 ‘남북 합작’이라고 일컬어지는 이유다. 건축을 책임진 천주교 서울대교구 장긍선 신부는 당초 이탈리아와 러시아 등에서 견적을 받았다. 모두 금액이 비싼 데다 제작 기간도 너무 길었다. 교구의 민족화해위 본부장으로 일했던 장 신부는 북한 방문길에 최고 예술가들이 모여 있다는 만수대 창작사에 가능성을 타진했다. 그 결과 제작 비용은 유럽 나라들의 30% 수준, 기간은 두 달이면 충분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내용이 종교적이라 북한에서 작업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북한 예술가들은 외화벌이를 위해 중국으로 나가는 일이 흔했다. 만수대 창작사 벽화창작단 7명은 신의주 맞은편 중국 단둥 외곽에 작업실을 차렸다. 그중 한 명은 인민화가였다. 그들은 밑그림을 받아들자 불과 40일 만에 작업을 끝냈다. 손톱만 한 유리 알갱이 1.5t이 들어간 모자이크화를 엄청난 속도로 제작해낸 것이다. 이탈리아와 러시아 예술가들이 1년 반 걸린다고 한 일이었다. 그들이 밤잠도 안 자고 전투적으로 일을 밀어붙인 것은 중국 비자 만료 기한 때문이었다.

개인 우상화가 심한 북한의 모자이크 제작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북한은 곳곳에 김일성·김정일의 초상화를 페인트로 그려 왔으나 비바람에 풍화되자 모자이크로 눈을 돌렸다. 정교(正敎) 전통이 오랜 러시아에서 기술을 배웠지만 북한은 그에 못지않은 기술을 쌓아 왔다고 한다. 김일성·김정일의 모자이크화를 제작할 때 얼굴 부분을 주로 담당하는 작가가 있는데 이번 모자이크도 얼굴은 그가 평양에서 제작해 중국에서 합체했다. 작업에 사용한 재료는 원산 유리공장에서 만든 제품이다. 명사십리(明沙十里)로 유명한 원산의 유리 품질은 유리공예로 유명한 이탈리아 무라노 섬에 버금간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은 사진은 ‘참회와 속죄의 성당’ 외형(1)과 모델이 된 북한 신의주의 진사동 성당(2)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