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 타워 두고 ‘IT 의료’ 브랜드화해야”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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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본격적으로 글로벌 의료 산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건 2008년이다. 당시 이명박정부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를 발족하고 17개의 신성장동력을 발굴했다. 그중 하나가 ‘글로벌 헬스케어’다. 당시 위원회에 참여했던 경희대 정기택(50·의료경영학·사진) 교수를 만났다.

 -현재 한국의 글로벌 의료 산업에 성적표를 매긴다면.
 “우리가 5년 전 처음 이 글로벌 의료 산업을 시작할 때 3년만 하면 시장 규모가 2조원 정도는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보면 해외 의료 환자 유치에만 치중돼 있고 규모도 2000억~3000억원에 불과하다. 미국 클리블랜드클리닉은 UAE에 브랜드와 소프트웨어만 빌려주고 7000억원을 받았다. 우리는 이런 성과가 전무하다.”

 -왜 진척이 안 됐나.
 “컨트롤타워가 없다. 싱가포르처럼 관련 부처 연합체인 ‘싱가포르메디슨’ 같은 기구를 만들어 밀고 나가야 했다. 글로벌 의료 산업은 관련 부처가 굉장히 많다. 예를 들어 ‘정보기술(IT) 의료’를 위해선 IT 업자들의 협력이 필요한데, 복지부만 나서면 말을 듣겠나.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실에서 전담 기구를 만들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2010년 7월 미국 최대 보험회사인 유나이티드헬스그룹과 복지부가 미국 환자의 한국의료서비스 협력각서를 체결했다. 비싼 미국 병원 대신 한국에서 치료받도록 저가 의료보험상품을 개발하는 내용이었다. 그게 추진됐으면 한 해 5000명 이상의 미국인이 한국에 방문해 치료를 받고 입소문을 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뒤 아무 소식이 없다. 권한이 있는 컨트롤타워가 책임지고 지속적으로 점검했다면 잘되지 않았겠느냐.”

 -한국 글로벌 의료 산업에 또 다른 문제점은.
 “한국 의료를 생각하면 딱 떠오르는 브랜드가 없는 것도 문제다. 미국은 현대 첨단의료의 선두주자고, 싱가포르도 2000년대 초 샴쌍둥이 분리 수술 성공 소식을 이용해 ‘편하고 잘 낫는 나라’ 마케팅을 해냈다. 한국의 강점은 스마트폰과 IT이니 ‘IT 의료’를 브랜드화해야 한다. 한국 시스템은 13억 건의 자료를 오류 없이 전산 처리할 수 있다. 이런 나라는 한국뿐이다.”

 -그래도 한·중·일 가운데에선 한국이 글로벌 의료 산업 선두주자 아닌가.
 “지난 5년간 그랬다. 하지만 일본은 아베 정부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중국도 바이오 산업의 성장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한국은 2, 3년 남았다. 이때를 놓치면 시장을 중·일에 다 뺏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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