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 보관한 생선·육류도 이틀 내 먹어야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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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경희대병원

고온다습한 장마철이다. 무덥고 습한 환경에서는 식재료·싱크대·수세미·행주·도마 등 주방 곳곳에 숨어 있던 식중독균이 물 만난 듯 빠르게 번식한다. 갓 만든 음식이라도 상온에서 4시간 이상 방치했다면 식중독 유발 음식이 된다. 냉장고도 안심할 수 없다. 식중독균은 냉동 상태에서 증식이 억제될 뿐 죽지 않는다. 천천히 상할 뿐이다.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백일현(사진) 교수에게 여름철 식중독 예방과 치료법에 대해 들었다.

 -식중독은 어떤 질환인가.
 “말 그대로 상한 음식을 먹어 독에 중독된 상태를 말한다. 황색포도상구균·살모넬라균·바실러스균·비브리오균 같은 식중독균은 번식할 때 많은 양의 독소를 내뿜는다. 이외에 독버섯·복어 같이 독이 있는 음식을 먹고 탈이 나는 경우도 있다.”

 -증상은.
 “배가 뒤틀릴 듯 아프고 하루 종일 설사를 심하게 한다. 고열에 시달리거나 두통·어지럼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식중독 증상은 음식을 먹은 후 늦어도 72시간 이내에 나타난다. 일부 식중독균(병원성 대장균·비브리오균)은 장출혈을 일으켜 위험한 상황이 초래되기도 한다. 실제 2011년 유럽에서는 식중독으로 수십 명이 사망했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치명적인 식중독균이 아니면 크게 위험하지는 않다. 끓인 물이나 소금물을 마셔 구토·설사로 부족해진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한다. 미음이나 죽같이 기름기 없는 담백한 음식을 먹으면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 2~3일 내에 자연스럽게 호전된다. 이때 설사약은 복용하지 않는다. 설사는 몸 안에 들어온 독소를 바깥으로 배출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설사약은 장 운동을 억제해 식중독균이 몸속에 오래 머무르도록 만들기 때문에 복용하지 않도록 한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누구는 식중독에 걸리고, 다른 사람은 멀쩡한 경우도 있다.
 “식중독에 잘 걸리는 체질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 그날 몸 상태와 상한 음식을 얼마나 많이 먹었느냐에 따라 다르다. 식중독균은 음식과 함께 위를 거치면서 위액에 녹아 죽는다. 보통 식중독균이 100만 개 정도면 식중독을 일으킨다고 본다.”

 -유독 여름에 유행하는 이유는.
 “여름은 식중독의 계절이다. 수술실같이 항상 무균 상태를 유지하지 않고는 식중독균을 100% 막을 수는 없다. 특히 후텁지근한 여름 날씨는 식중독균이 성장하는 데 최적의 환경이다. 식중독균이 가장 좋아하는 온도는 섭씨 30~37도다. 순식간에 두세 배로 증가한다. 식중독균 1마리가 4시간 만에 1600만 마리로 급증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장마 기간에는 더 주의가 필요하다. 하천·지하수가 역류해 식중독균이 밭에 있는 채소를 오염시키기도 한다. 식중독균은 열에 약하다. 음식물 내부 온도가 섭씨 74도 이상된 상태에서 1분 이상 가열하면 죽는다. 생식을 한다면 흐르는 물에 여러 번 씻은 후 먹는다. 물 역시 끓여 먹어야 한다.”

 -마트에서 파는 생수도 끓여 먹어야 하나.
 “물론이다. 식중독균에 100%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다. 노로 바이러스는 물을 통해 감염된다. 자연 상태에서 순환하면서 옮긴다. 어디서 어떻게 식중독균에 오염될지는 알 수 없다.”

 -식중독균을 처음부터 막을 수는 없나.
 “불가능하다. 식중독균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퍼진다. 식재료를 생산·유통·구입·보관·조리하는 단계마다 오염될 수 있다. 식중독균 번식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 최선이다. 예를 들어 장을 볼 때는 상온 보관이 가능한 가공품부터 시작해 과일·채소→육류→어패류 순으로 구입하는 식이다. 보관할 때도 마찬가지다. 썩기 쉬운 생선은 내장을 제거하고 핏물을 깨끗이 씻어낸 후 냉동 보관한다. 육류는 한 번 먹을 분량씩 나눠 냉동한다.”

 -냉장고에 보관하면 안전할 것 같은데.
 “대표적인 오해다. 노로 바이러스·리스테리아균·여시니아균 같은 식중독균은 냉동 상태에서도 생존한다. 단지 증식이 억제될 뿐이다. 냉장고라고 해서 무한정 보관할 수 없다. 냉장고에 넣어둔 우유가 상하는 것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냉장 보관한 생선이나 육류는 2일, 반찬이나 국은 4~5일 내에 먹어야 한다. 냉동실에 넣어도 최대 한 달을 넘기지 말아야 한다. 특히 다진 고기는 쉽게 변한다. 냉동하지 말고 구입 후 최대한 빨리 가열해 먹는다. 해동할 때도 조심해야 한다. 실온에 오래 놔두거나 뜨거운 물을 부어서 해동하면 식중독균이 급속도로 번식한다. 냉동에서 냉장으로 옮겨 해동하거나 전자레인지로 해동한다. 채소는 구입 후 깨끗이 손질한 다음 냉장 보관한다. 흙에는 장출혈을 일으키는 O-157을 포함해 수많은 세균이 붙어 있다. 씻지 않으면 냉장고 속 다른 음식에까지 세균을 옮긴다.”

 -예방법은.
 “우선 손 씻기다. 식중독균은 사람의 손을 통해 옮겨 다닌다. 더러운 손으로 식재료를 만지면 식중독균도 여기저기로 퍼진다. 음식은 충분히 익혀 조리한 다음 가능한 한 빨리 먹는다. 김밥·샌드위치는 특히 상하기 쉽다. 2시간 이상 상온에 방치됐다면 바로 폐기한다. 주방 청소도 중요하다. 주방은 식중독균 집결지다. 냉장고는 최소 한 달에 한 번 청소한다. 식재료에서 옮긴 식중독균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냉장고 선반을 식초 물로 닦은 후 마른 행주로 물기를 없앤다. 칼·도마는 용도에 따라 채소·과일용, 생선·고기용, 김치용 등으로 나눠 사용하면 교차 감염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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