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담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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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서울로 이사를 왔기대문에 시골을 못본지도 어언간 일년이 넘었다. 무던히도 지리한 겨울방학을 이용하여 정든 마을을 찾으려고 가벼운 여행가방을 들고 두메산골을 찾았다. 여행비를 절약하려는 생각에서 서울에서는 차마 을씨년스러워 피우지 않던 아리랑을 두갑 사가지고 갔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이야기가 허심탄회하게 무르익어 갈 때, 나는 아리랑을 슬쩍 빼물었다. 갑자기 좌중은 왁자지껄 해지면서 수선스러워졌다.
『여! 고급 담배로군. 이놈아, 너 본지 오래다.』
『입 버리겠는데….』
저마다 한마디씩 하면서, 손을 내미는 것이다.
나는 새삼스럽게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도시에서는 푸대접을 받다시피하는 아리랑이 고급담배라고 환영을 받는 농촌의 실정. 대수롭지 않게여긴 노란「필터」가 최대의 환호를 받는 농촌의 현실.
나는 반도안태운「신탄진」이 수북이 쌓인 도시의 다방재떨이가 눈에 어른거려 지울수가 없었다. 누가 그댔더라 두 개의 한국이 있다고.<이현우·학생·23·서울 영등포구 노량진동119의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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