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불카드 쓰고 싶어도 못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통장에 돈이 있어야만 쓸 수 있는 직불카드의 이용액이 갈수록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카드와 달리 직불카드는 가맹점이 부족해 카드를 쓰고 싶어도 받아주지 않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11일 은행연합회와 카드업계에 따르면 직불카드 이용액은 지난해 7백24억원으로 전년보다 2백23억원(24%)이나 줄었다. 이는 신용카드 이용액의 0.1% 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직불카드 가맹점 수는 지난해 9월 말 현재 35만4천개로 2001년 말에 비해 4천개 감소했다. 지난해 말 현재 직불카드 발급 건수는 6천5백만장으로 지난 한 해 동안 2백만장(3%)이 새로 발급됐다.

그러나 발급 건수가 많은 것은 대부분 은행들이 현금카드를 발급할 때 직불카드 기능을 함께 넣기 때문일 뿐 실제 직불카드로 사용되는 것은 매우 적은 실정이다.

정부는 무분별한 신용카드 이용을 막기 위해 직불카드 이용을 권장하고 있지만 정작 고객들은 쓰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직불카드를 외면하고 있다.

업소들도 직불카드를 받으려면 신용카드와 별도의 단말기를 설치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가맹점이 되기를 꺼리고 있다.

은행과 카드사들 입장에서도 고객이 신용카드를 쓰면 1.5~4.5%가 수수료로 떨어지지만 직불카드의 수수료율은 1~2%에 불과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카드업계에서는 이용액에 대한 소득공제 확대 등 정부의 직불카드 활성화 대책이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직불카드의 소득공제 금액을 사용금액(연봉의 10%를 넘어선 부분)의 20%에서 30%로 올렸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직불카드는 과소비를 막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홍보.인프라가 부족해 은행 현금카드 기능만 알고 결제 기능은 아예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직불카드처럼 예금 잔액 범위 안에서 쓸 수 있으면서 신용카드 가맹점에서도 사용이 가능한 체크카드 보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에서도 체크카드 이용액에 대해선 직불카드와 같은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직불카드와 달리 체크카드의 소득공제 금액은 신용카드와 마찬가지로 사용금액(연봉의 10%를 넘어선 부분)의 20%다.

주정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