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겉은 인터넷 카페, 내부는 카지노…

미주중앙

입력

`B 인터넷 카페`의 컴퓨터에 설치된 도박 게임을 실행한 장면이다. 카지노 슬롯머신과 똑같다.

평일 낮 LA한인타운 6가 선상의 샤핑몰 2층 'B' 인터넷 카페. 컴퓨터 모니터에 열중하던 C모씨가 갑자기 환호성을 외쳤다. "오케이! 10달러 땄어!"

업주가 함성을 듣고 다가와 화면을 보면서 추임새를 넣었다. "손님 운이 좋으시네."

돈을 딴 C씨는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다시 '대박'을 노리며 마우스를 클릭하기 시작했다.

30~40분쯤 뒤 C씨는 씁쓸한 표정으로 카운터로 향했다. "(잭팟이)터질 듯 안 터지네. 20달러 더 넣어줘요."

최근 전국에서 열풍이 불고 있는 '도박 인터넷 카페(gambling internet cafe)'가 한인타운 한복판에서 성업중이다. 가주법은 이 카페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본지는 최근 한달간 3차례 이 업소에 잠입 취재했다. 개업 4개월 된 이 업소는 외관상으로 게임방 혹은 PC방 같은 '인터넷 카페'를 표방한다. 내부의 컴퓨터는 17대. 원래대로라면 이곳은 이메일이나 채팅, 게임을 하는 곳이다.

하지만 일단 모니터를 켜면 이 업소는 '카지노'화 된다. 컴퓨터마다 25개 도박 게임이 들어있다. 슬롯머신, 카드, 룰렛, 주사위 게임 등 카지노에서 즐기는 도박 게임들과 다를 바 없다.

라스베이거스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땡땡땡'하는 슬롯머신 소리나 손님들의 함성까지 배경음으로 트는 게임도 있다.

본지가 찾아간 첫날은 평일 낮이었는데도 5~6명이 컴퓨터 앞에서 대박을 쫓고 있었다.

업소 측은 처음 온 손님이 20달러의 가입비를 내면 5달러를 얹어 판돈 25달러를 컴퓨터에 넣어준다. 1회 최저 배팅액은 25센트다. 게임당 25개 라인에 1센트씩 배팅되는 사실상 '페니 슬롯머신'이기 때문에 호객행위도 쉽다.

배팅액을 높이면 당첨금도 커진다. 25센트를 걸면 약 500달러, 최고 배팅액인 5달러를 걸면 4000달러까지 벌 수 있다.

업주에 따르면 개업 후 별다른 광고를 내지 않았지만 입소문을 타고 남녀노소, 인종 구별 없이 다양한 손님들이 찾고 있다. 손님 1명이 한차례 방문때마다 평균 40~100달러씩 쓴다는 것이 업주 설명이다.

불법이 아니냐는 질문에 업주는 "특별 허가를 받았다"며 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 업주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지만, 인터넷 카페 업계에선 이 도박게임들이 고객을 위한 경품(sweepstake)이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사실 여부를 가주 검찰총장 사무실에 문의했다. 검찰측은 "불법"이라고 잘라 말했다.

미셸 그레고리 가주검찰 공보관은 "최근 2~3년 사이 동부 쪽에서 성업중인 인터넷 카페 도박장이 LA 뿐만 아니라 가주 전역에서 급증하고 있다"고 실정을 전했다.

가주 검찰청은 최근 한 달 사이 샌버나디노와 샌디에이고에서 인터넷 도박장을 단속했다. 컴퓨터를 압수하고 업주를 체포했다. 그레고리 공보관은 "유사 업소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지만 검찰청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단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밝혔다. 검찰측은 "일단 단속에 적발되면 업주 뿐만 아니라 손님도 처벌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0달러를 땄던 손님 C씨에게 이 업소를 찾는 이유를 물었다.

"카지노 한번 가려고 해봐요. 운전해야하고, 시간 걸리고, 호텔비 들고…. 여긴 점심시간에도 짬 내서 올 수 있잖아요. 배팅액도 부담 없고…."

타운내 마켓 앞에서 진치고 있는 카지노행 버스에 이어 또 하나의 도박 병폐가 타운을 위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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