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학회 신행정수도 건설 심포지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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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새로운 행정수도 건설은 지역의 균형 개발에 별 도움이 되지 않으며 또다른 지역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행정수도 이전은 안보적인 차원과 국내외 정치 상황 외에 통일 한국의 수도가 돼야 한다는 점까지 고려해 신중히 결정해야 하며, 10년 이상 걸리는 장기사업인 만큼 정권 교체 이후에도 계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민투표로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11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대한지리학회(회장 박삼옥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 주최로 열린 '신행정수도 건설과 지역 균형발전에 관한 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를 한 김형국 교수(서울대 환경대학원)는 "수도 이전을 단지 균형개발이란 이유만으로 추진하기에는 명분이 약하며 행정수도 건설이 효과적인 균형개발의 해법인지도 논란거리"라고 지적하고 "국내외 정치상황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金교수는 "70년대 말 3공화국의 임시 행정수도안은 남북한 대결상황에 대한 안보적 고려에서 나온 것이었지만 이번 행정수도 이전 발상에는 핵구름이 낀 대한민국 안보에 대한 언급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행정수도를 건설하더라도 수도권의 인구 분산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우려되고, 지역 균형개발은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의 과감한 경제개발에 역점을 두는 등 다각적으로 실행되어야 한다"며 "수도 이전의 적기(適期)는 통일 이후"라고 주장했다.

권용우 성신여대 교수(경실련 도시개혁센터 대표)는 "청와대.중앙행정부처.입법.사법기관을 한 곳에 이전하는 일극 집중형은 또 다른 지역 불균형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따라서 "중앙부처와 관련기관들을 여러 지역으로 분산.이전하는 절충형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權교수는 "수도권 과밀을 해소하고 국토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선 권력의 이전, 돈.기능.사람의 분산,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기능 분담 등 삼분(三分) 정책을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성호 대전대 교수는 "통일 이후 또다시 행정수도를 이전하는 것은 비효율적.비현실적이므로 새로 행정수도를 건설한다면 통일 한국의 수도로서 계획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행정수도 이전은 10년 이상 걸리는 장기사업이기 때문에 5년 후 정권교체가 있을 경우에도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국민적 동의를 받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2004년 총선과 함께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安교수는 특히 "수도권 규제 완화가 신행정수도 건설 추진보다 앞서 이뤄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열린 토론회에서 이재하 경북대 교수는 "통일 후 수도는 통합과 통일의 상징효과를 고려해 서울이나 평양이 아닌 제3의 장소가 돼야 한다"며 "현시점은 행정수도 논의의 적기로 볼 수 없으며,신행정수도는 대표적인 낭비적 국책사업으로 전락,국가적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막중 한양대 교수도 "장기적으로 통일 이후 한반도 남북지역간 불균형 문제등을 고려해 행정수도를 오히려 서울의 북쪽 지역으로 이전하는 대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혜경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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