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직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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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차장·회사 서로 불화>
「버스」차장 A양등 18명이 작년 11월 업무상 횡령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회사측의 고발에 따른 것이었다. 이들은 3년 동안 매일 받은 요금중에서 5백원 안팎을 회사에 입금시키지 않고 떼내어 가로챘고 쌓이다보니 5백만원이나 됐다는 것이다.
나이 어린 여차장들의 과로, 몸수색 등은 늘 말썽이 되어왔다. 임시직이지만 차장은 두말할 것도 없이 운수회사의 직원. 그러나 회사측은 차장들을 믿지 않고, 차장들도 회사측을 믿지 않는 가운데 일한다.
회사측은 차장의 몸을 뒤지고 차장들은 눈을 속였다. 한솥밥을 먹으면서도 서로 믿지 않던 이 미묘한 관계는 쇠고랑을 차는 것으로 일단 끝났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직원이 돈을 축낸 것이 아니고 도둑이 일을 해준 셈이지요.』 회사측은 이렇게 극언했다.
불신사회의 대표적인 「케이스」랄 수밖에 없지만 직장의 상·하 관계에 똑같이 문제가 있는 듯 하다.
어느 한쪽이 먼저 믿음을 얻도록 했어야 할 일이었다.
고용주인 회사는 먼저, 직원의 신임을 얻은 후 사회의 공익에 봉사토록 하는 바탕을 꾸며야할 의무가 선행되야 하지만 다하지 못했다는 것이 또한 사실이다.

<순경이 서장을 고발>
지난 9일 김포경찰서의 임문경 순경 등 3명은 얼마 전까지 모시고 있던 상사인 윤모 서장을 서울지검에 고발, 원만하지 않았던 상·하 관계의 일면을 드러냈다.
3명의 부하직원들은 서장이던 윤씨가 간첩체포의 공을 가로채 훈장을 탔고 자기들은 표창에서 빠진 것은 물론, 정신적인 타격까지 받았다는 것이다.
어제까지는 상사와 부하이던 사이가 피고와 원고로 법정에 서게된, 이 불신 풍조가 어디서 왔을까.
직장은 가정과 함께 생활의 터전-. 실지로 현대인이 생활하는 시간은 직장이 가정에 있는 시간보다도 길다. 직장의 상·하 동료가 믿고 존경하면 그 직장에서 일하는 개개인의 가정도 밝고 그 직장을 공공기관으로 아는 사회의 신임이 또한 두터워질 것이다.

<천직으로 알고 노력>
지난10일 영등포 우체국장 손창범씨가 41년11개월의 긴 봉사 끝에 정년 퇴직했고 같은 날김만석 서울구치소 소장이 38년 간의 근속을 마치고 정년 퇴직했다.
『우편배달부터 시작했지만 천직으로 알고 열심히 했습니다. 내 처자식을 먹여 살리는 수단인 동시에 사회참여의 길이라는 것을 의심치 않았읍니다.』 손씨는 요즘 한 직장 안의 상·하 불신이 많은 것은 자기직업을 자기분수에 맞는 천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적기 때문이라고 한탄했다.
사회에는 화목한 직장이 물론 많다. 그러나 상사를 고발하는 등 불행한 일이 가끔 생기는 것은 『옷 벗으면 그만 아니냐』는 극한 의식과 직장에서의 일을 통해서 사회에 봉사한다는 의식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국생산성본부 이은복 이사장은 설명하고 있다.
웃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일과 실력을 닦기 전에 남을 「몹쓸놈」으로 끌어내려 상대적 우위를 차지하려는 것에서 나온 것이 모함과 아첨 뇌물 바치기 등 특히 신생국가의 발전과정에는 변화가 심해 어제의 동료가 몇 년 만에 부자도 되고 높은 벼슬도 차지하게 되어 초조감을 느낀 나머지 이성을 잃은 행동을 하는 것이 불신과 불화의 씨로 싹튼다는 것이다.
이은복씨는 이같은 일은 조직생활의 경험이 모자라는데서 오는 경우가 많으나 우리 현실은 차츰 정리되는 단계에 있다고 보고 자기의 목표를 향해 착실히 걸어가는 태도에 동료의 추천과 상사의 신임이 깃들이고 이것이 성적에 따른 인사행정으로 나타날 때 사회가 밝아진다고 설명한다.

<서로 돕기 본 받아야>
웃사람은 「리더쉽」을, 아랫사람은 「일을 통해서 사회에 참여한다」는 직업의식을 갖는 것이 곧 밝은 사회의 「키」라 했다.
지난12윌10일 중부직업학교의 김위진군(13)은 아버지가 죽었으나 돈이 없어 장례를 못 치르고 사흘이나 울었다.
신문팔이 구두닦이 등 동료 16명이 이를 알고 2백원씩을 거둬 장례를 치러주었다.
사회에서 가장 약한 직업인, 이 어린이들의 동료의식을 어른 사회가 배우는 것이 곧 믿는 사회·밝은 사회로 가는 첫 걸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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