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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중개했는데 중개수수료를 못 준다니”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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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기자] 얼마 전 상업용 부동산을 전문적으로 중개하는 업체 대표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는 “속이 터져서 하소연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부동산 중개를 시작한지 20년이 다 된 그는 “요즘처럼 힘든 적도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무엇이 그를 힘들게 하는 걸까요.

이 대표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상가건물을 팔기 위해 2년 전부터 고심하고 있었습니다. 주인이 2년 전부터 팔고 싶어 했던 매물이지만 살만한 사람을 찾지 못한 것입니다.

애가 타는 만큼 여기저기 매물을 소개했고 S그룹에서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 대표는 평소 이 그룹과 인연이 있었던 지인을 통해 이 건물을 소개했습니다.

별다른 반응이 없어 다른 매수자를 찾아보고 있던 이 대표는 황당한 소식을 접합니다. S그룹에서 이 건물을 샀다는 겁니다. 매수인과 매도인이 직접 만나서 계약서를 쓴 것입니다.

이 대표는 건물주인과 S그룹에 중개수수료를 요구했지만 모두 ‘나 몰라라’라는 반응이었습니다.

S그룹의 반응은 ‘이 상가건물이 매물로 나온 것은 한참 전부터 알고 있었다. 당신이 거래를 위한 한 일이 뭐가 있느냐’는 것입니다. 건물 주인은 ‘S그룹에서 개별적으로 나를 찾아와 직접 거래했는데 왜 중개수수료를 줘야 하냐’고 주장합니다.

이 대표는 단순히 중개수수료를 못 받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고 합니다. 건물 주인과 2년간 수십통씩 전화를 하고 10번 이상 만나며 거래 성사를 위해 함께 고민했는데 배신감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그는 “S그룹은 개인 투자자도 아니고 국내에서 손에 꼽히는 기업인데 이런 행태가 말이 되느냐”고 말합니다.

현재 이 대표는 건물주인과 S그룹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소송에서 이길 확률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그간 중개수수료에 대한 소송 결과를 살펴 보면 매수인과 매도인이 계약서를 작성할 때 중개인이 함께 있었는지에 큰 의미를 두기 때문입니다. 계약서를 작성할 때 중개인이 함께 있지 않은 경우 패소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현재 이 대표는 중개수수료를 받지 못해 5건의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매물 소개받고 수수료 내지 않기 위해 직접 거래하기도

상업용 부동산 뿐만 아닙니다. 비교적 소액인 주택 중개수수료도 떼이기 일쑤입니다. 대개 매도인이 제대로 주지 않습니다. 집값이 떨어져서 속상한데 중개수수료까지 주기 싫다는 겁니다. 집을 팔고 다른 곳으로 이사하면 중개인이 찾아 나서기도 쉽지 않습니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지인의 말입니다.

“소형 아파트는 수수료가 100만원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 돈 받자고 소송하고 쫓아다니기 애매해서 그냥 떼이기도 한다. 거래 성사시키기 위해서 들인 노력이며 유류비·통화료 등을 생각하면 속이 상하지만 소송에 드는 비용이나 시간 등을 생각하면 머리가 아파서 그냥 넘어간다. 지난해부터 거래해놓고 중개수수료를 못 받은 게 4건이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한지도 5년이 되어 갑니다. 그만큼 거래가 성사되기 힘듭니다. 산다는 사람도 많지 않고 매수인과 매도인간 희망 가격을 조정하기도 힘듭니다.

덩치가 큰 상가건물이나 오피스 등은 가격이 비싸 더 까다롭습니다. 일감이 줄어든 데다 힘들게 거래를 성사시켜도 중개수수료를 제대로 받기 쉽지 않습니다.

부동산 중개업계에 몸 담고 있는 이들은 ‘부동산 중개의 핵심은 정보’라고 입을 모읍니다. 매물 확보가 중요하고 여기에 해당 매물을 살만한 희망 매수자를 연결해야 한다는 겁니다. 매도인과 매수자간 의견을 조율하는 것은 다음 문제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중개에 대한 정의가 확실치 않는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매물에 대한 정보는 등한시 한다는 것이죠. 계약이 이뤄지기까지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결과(계약서 작성)에만 치중한다는 겁니다.

계약서 작성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고 누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에 대한 정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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