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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하위 E등급 기관장 2명 해임 건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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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8일 발표된 공기업 기관장 평가는 공공기관장 물갈이가 본격화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박근혜정부의 국정철학에 맞춰 일할 수 있는 공공기관장과 그렇지 못한 기관장을 구별하는 잣대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장 물갈이는 지난 3월 박 대통령이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함께 일할 수 있다”고 공언하면서 예고됐다. 하지만 버티는 공공기관장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일부 금융 기관장은 퇴임하면서 현 정부의 방침을 비난하기도 했다.

C등급 기관장 30명도 인사 사정권

 111개 공공기관 가운데 평가를 받은 기관장은 지난해 12월 31일을 기준으로 6개월 이상 근무한 96명. 이 중 E등급을 받은 해임건의 2명, D등급을 받은 경고조치 16명은 전체의 18.75%다. 이명박(MB)정부 첫해였던 2008년 실적 평가에서 기록했던 22.8%와 비교하면 낮은 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C등급을 받은 기관장 30명도 자리를 보전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사퇴 태풍권’에 들어가는 기관장은 이보다 훨씬 늘어날 전망이다. 물갈이 폭이 평가 대상의 절반에 이른다는 의미다.

 올해로 30년째인 공기업 평가는 그동안 개혁과 경영혁신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MB정부 때는 통폐합·민영화에 기치를 내걸었지만 공기업의 반발로 많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박 대통령이 국정철학 공유를 강조하면서 ‘투명·윤리’ ‘현안과제·중장기 발전’이 평가를 좌우하는 요소로 크게 작용했다.

 159명으로 구성된 경영평가위원의 단장을 맡은 최종원 서울대 교수는 “공기업의 효율성과 직결된 내부 방만경영 실태와 함께 책임·윤리경영에 대한 기관장 노력을 집중적으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이 결과 경영실적이 좋지 않은 곳은 가차없이 낮은 평가를 받았다. 기관 평가에서 성과급 지급이 금지되는 D·E등급 기관은 대한석탄공사·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한국광물자원공사·한국석유공사 등 16곳으로 늘었다. MB정부 때 잘나가던 에너지 공기업들이 대거 포함된 게 특징이다.

D·E 평가 16곳, 올 성과급 못 받아

 석탄공사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과 함께 기관장 평가에서도 최하위 등급을 받아 기관장 해임건의가 결정됐다.

곽채기 동국대 교수는 “석탄공사는 자본잠식이 8000억원 규모에 이르는 데다 해마다 적자가 거듭되면서 누적 적자가 1조4700억원에 달했다”며 “사업 특성상 환경이 좋지 않지만 재무 건전성 노력이 거의 없었던 결과”라고 말했다. 이는 경영상태도 나쁘지만 리더십도 발휘하지 못했다는 의미여서 “현안을 잘 챙기라”는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부합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같이 경영성과를 엄격하게 측정하면서 기관 평가는 1년 전에 비해 혹독해졌다. 2011년 B등급 이상 평가가 62.4%에 달했으나 이번에는 50.5%로 떨어졌다. 기관장 평가에서 경고조치 이하를 받은 기관장이 2011년 8명에서 이번에 18명으로 늘어난 배경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무조건 평가를 짜게 한 것은 아니다. 수산자원관리공단은 1년 전 최하위 E등급을 받았으나 이번에 A등급을 받았고, 선박안전기술공단은 D등급에서 A등급으로 뛰어올랐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등 7곳의 기관장은 2년 연속 A등급을 받았다.

언론재단 등 7곳 기관장 2연속 A

 이번 평가가 기준을 제시하면서 평가대상과 비평가대상을 모두 포함한 295개 전체 공기업에는 초대형 인사태풍이 몰아닥칠 전망이다.

C등급 이하를 받은 기관장은 리더십·책임경영·주요사업·계량·노사관계 5개 부문 평가에서 어느 한 부문이라도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날 함께 발표된 58개 공기업의 감사 가운데서도 한국환경공단 감사가 해임건의를 받은 것을 포함해 27명이 C등급 이하를 받았다. 감사는 일반적으로 기관장보다 더 전문성이 없는 사람이 낙하산으로 임명되는 경우가 많아 물갈이 태풍의 한가운데에 있는 자리다.

 기관장이 사임하거나 임기 만료가 돌아오는 공기업에서는 벌써 본격적인 후임 인선 절차가 시작됐다. 신용보증기금은 다음 달까지가 임기인 안택수 이사장 후임자 인선에 착수했다.

111개 기관을 시작으로 물갈이가 본격화하면 공공기관 전체로는 기관장부터 주요 임원까지 올해 안에 최대 2000개가량의 자리가 바뀌게 된다.

세종=김동호 기자

◆공공기관 경영평가=공공기관의 공공성·효율성을 높이고 책임경영을 유도하기 위해 1984년부터 도입됐다. 공공기관은 민간기업과 달리 수익 창출이 목적이 아니라는 이유로 방만 경영이 만연할 수 있기 때문에 경영평가가 강력한 경영 감독 수단이 되고 있다. 최고 S~최하위 E에 이르는 평가 결과에 따라 기관장이 해임되거나 임직원의 성과급 지급이 금지된다. 평가 대상은 전체 295개 공공기관 중 주요 공기업 28곳과 준정부기관 83곳 등 111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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