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기금 벌어주는 대학생들, 어학연수 보내주는 교수님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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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향대 ‘내 아이디어로 창업하기’ 강좌 수강생 대표가 수익금을 서교일(왼쪽) 총장에게 발전기금으로 전달하고 있다. [사진 순천향대]

지난 13일 오전 충남 아산의 순천향대학교 공과대학 강의실에서는 특별한 수업이 열렸다. 유연호 교수의 지도로 진행된 ‘내 아이디어로 창업하기’ 강의에서는 수강생 80여 명이 조별 과제인 시리얼 마케팅 결과를 발표하면서 토론이 이어졌다.

매주 목요일에 진행되는 이 수업은 2011년 개설돼 올해로 3년째를 맞았다. 이번 학기 수강생은 84명으로 ▶피플팀 ▶하버드에 없어요 ▶CSI 등 학과는 다르지만 조별로 팀워크를 이뤄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주어진 과제로 마케팅을 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유 교수는 지난 4월 초 15개로 이뤄진 조에 시리얼을 판매해 수익금을 만들도록 과제를 냈다. 학생들은 브랜드 네이밍과 스토리텔링 등 독창적인 마케팅을 통해 수익 창출 방안을 찾았다. 각각의 방법으로 과제를 수행한 학생들은 1100여 개의 시리얼을 판매했고 200여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학생들은 이 수익금을 이날 서교일 총장에게 대학발전기금으로 써달라며 전달했다.

서 총장은 “재학생들이 강의를 통해 얻은 수익금을 대학 발전기금으로 내놓은 것은 처음일 것”이라며 “ 수업을 통해 이뤄진 기금이라 의미가 더 크다”고 말했다. 서 총장은 학생들을 위해 강의가 끝나는 27일께 자장면을 사기로 약속했다. 순천향대는 강의명을 본떠 『내 아이디어로 창업하기』라는 제목의 책을 출판할 예정이다. 청년 창업 노하우와 학생들의 창업 프로젝트 경험담을 담은 이 책은 내년 초 출판을 앞두고 있다.

한남대 남수현 경영정보학과장(앞줄 왼쪽 셋째)이 해외어학연수자로 선발된 학생들에게 해외연수비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 한남대]

교수들이 월급 일부를 모아 제자들의 해외 어학연수비를 지원하는 대학도 있다. 대전 한남대 경영정보학과 교수들은 17일 오전 경상대 강의실에서 해외 어학연수를 가는 이 학과 학생 13명에게 경비 2300만원을 전달했다. 교수들이 제자들의 어학연수비를 지원한 것은 2005년부터 8년째다. 이날 전달된 어학연수비 중 50%는 이 학과 교수 7명이 1년 동안 월급에서 1인당 15만씩 떼어 모은 것이다. 이번에 어학연수를 가는 학생들은 한남대의 자매대학인 필리핀 레이테 사범대학에서 21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2주간 어학연수를 받는다.

 남수현 경영정보학과장은 “학생들의 파견은 단순 어학연수가 아니라 양교의 친분을 쌓고 문화를 교류하는 것”이라며 “파견 학생들의 자신감 제고로 미국 MBA 진학, 대기업 취업 등의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교수들의 제자 사랑은 18년 전인 1996년 시작됐다. 당시 교수들은 월급에서 1인당 15만원씩 떼어 2004년까지 매년 1000만원씩을 제자들의 장학금으로 지원했다. 9년 동안 교수들이 모은 적립금은 9000만원으로 제자 117명이 혜택을 받았다.

그러나 글로벌 시대를 맞아 교수들은 제자들이 해외 견문을 넓히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2005년부터는 장학금 대신 매년 13명을 선발해 해외 어학연수비를 지원하고 있다. 파견단 학생대표인 최윤호(23)씨는 “교수님들의 지원으로 학생들이 해외 취업 등 강한 도전의식을 가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서형식·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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