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세척'으로 알츠하이머병 치료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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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처 반즈는 가벼운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어서 자신이 언제 색소폰 연주를 시작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72세의 플레처 반즈는 참 재능이 많은 사람이다. 그는 골프 코스에서 약 90타를 치고 색소폰 연주도 한다.

하지만 색소폰 연주를 시작한 때를 기억해내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그는 기억을 못하고 대신 그의 아내가 끼어든다. 그녀는 남편은 고등학교 때부터 연주했다고 말한다.

그날 점심 메뉴가 무엇이었느냐 하는 것 같은 단기 기억력은 어떤가?

반즈는 "난 상추를 먹었다"며 "내 기억에 난 상추를 전부 먹었다. 하지만 상추 위에 얹어 먹은 것이 무엇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심하지 않은 알츠하이머 병을 앓으며 살아가는 것이 이와 같다.

반즈는 "가끔씩 정말로 낙담된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은 대부분 다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병세가 더이상 악화되지 않고 이정도만 돼도 만족한다. 그래서 그는 인지분로(cognishunt)라고 불리우는 새로운 실험 치료를 받아보려고 하고 있다. 이 치료방법은 본래 뇌에서 알츠하이머 독소를 세척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반즈는 이 실험 치료를 학수고대하고 있지만 그의 가족은 이로 인해 그가 앓고 있는 알츠하이머가 완치되지 않으리란 것을 알고 있다.

그의 아들 바비 반즈는 "실험자들이 이 실험 치료로부터 좋은 점이든 나쁜 점이든 배우게 될 것이기에 이 치료과정 자체는 성공적일 것이다"고 말한다.

이 실험치료가 이루어지는 방식은 이와 같다. 배농관(排膿管)의 일종인 분로(分路)하나를 뇌에 심어서 뇌를 씻어주는 척수액이 복부강(腔)으로 흘러가도록 해준다.

아틀란타주 에모리 대학의 앨런 레비 박사는 "배농관이 거의 반으로 잘리는 알츠하이머 병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이는 거의 기관(氣管)이 막히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기관이 막히면서 독소가 뇌에 고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분로를 가지고 독소를 씻어 내어 기억력 감퇴 속도를 늦추는 시도를 하려는 것이다.

설명을 들으면 이 과정은 쉬운 것 같다. 따지고 보면 의사들은 수년간 그밖의 치료 상황에 있어서도 분로를 사용해 왔다.

다른 알츠하이머 연구자들은 이 치료 과정이 위험하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뇌수술이고 현재까지 단 한건의 작은 연구만이 이 수술로 알츠하이머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을 뿐이기 때문이다.

의사들이 반즈에 대한 실험치료가 효력이 있었는지를 알아내는 데는 약 2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레비는 "분명히 이 시술에 대한 회의론자들이 있으며 이들은 계속해서 의심을 품을 것"이라면서 "더많은 생각을 실험하면 할수록 완치 방법을 찾게 될 확률도 더 높아진다"고 전했다.

CNN Medical Unit / 김내은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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