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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의 거짓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저녁을 마치자 또 누나의 혼담이 오갔다. 부모도 없고 재산도 없지만 학벌 좋고 사람이 무척 착실하니 잘 생각해보라는 아버지 어머니의 권고이시다. 그러나 누나는 또 싫다고 머리를 내두른다. 도대체 그 싫다는게 시집갈 나이이면 있는 수줍음 때문인지, 아니면 그 사람이 맘에 안든다는건지 알 도리가 없다. 이때 중학교 동생이 한마디 했다.
『피이, 좋으면 좋다고 하지 뭘 그래』 제법 어른스럽게 동생은 말을 이었다.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한국에는 세 가지 큰 거짓말이 있다고 하더란다. 그 하나는 장사하는 사람이 본전에 판다는 말이요, 또 하나는 노인이 어서 죽어야지-하는 넋두리요. 다른 하나는 처녀가 시집 안간다고 하는 말이란다. 그러면서 누나도 거짓말장일 거란다.
방안에 폭소가 터졌다. 동생을 노려보던 누나도 동생의 익살에 그만 돌아앉아 웃는다. 고백 못할 마음속 큰 고민이 아니고 누나의 경우도 동생의 말처럼 맥없이 한번 버티어보는 그런 거짓말이었으면-하고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윤성원·김제군 백산면 하정리 불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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