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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국면 바꾸려는 북한, '진지한 대화'로 발전시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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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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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룡해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로 사흘째 중국을 방문 중이다. 대북 제재가 여러 달 계속되는 상황에서 국면을 바꾸려는 움직임 가운데 하나다. 북한은 지난주 방북한 사실상 일본 총리의 특사를 환대한 바 있다.

 어제까지 행적을 보면, 최 특사는 크게 두 가지 목적을 갖고 중국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그동안 소원해진 두 나라 관계의 회복·강화다. 북한이 중국 쪽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2월 장거리 로켓을 쏜 데 이어 올해 2월 핵실험까지 하면서 두 나라는 상당한 갈등을 겪어왔다. 중국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나름대로 충실하게 동참한 것은 불만 정도를 잘 보여준다. 최근에는 북한이 중국 어선을 나포해 돈을 요구하는 일까지 벌어져 중국 안 여론이 더 나빠졌다. 국제적으로 고립된 북한으로서는 대중 관계 악화가 큰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최 특사는 이런 분위기의 전환과 더불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방중을 모색하는 듯하다. 하지만 중국 쪽은 특사를 받아들였으면서도 관계 강화에 썩 적극적인 것 같지는 않다.

 다른 하나는 핵·미사일 문제에 관한 입장 조율이다. 이 분야에서 의견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는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중국은 최 특사 방중 기간에도 여러 차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한반도 비핵화, 대화와 협상을 통한 관련 문제 해결’이라는 기본 원칙을 강조하면서 6자회담 재개를 촉구했다. 반면 북한은 여전히 ‘핵무력·경제 건설 병진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최 특사와 시진핑 국가주석의 면담이 늦어지는 것은 이와 관련한 이견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물론 북한이 대화 시작을 위한 조처로 핵실험 및 미사일 시험발사 일시 중단 등의 카드를 제시할 수는 있다.

 이번 특사 방문은 새달 초순의 미·중 정상회담과 하순의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쪽이 요청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사라는 형식과 군부의 2인자를 보낸 것도 이례적이다. 중국 외에는 마땅히 기댈 데가 없는 북한의 처지가 잘 드러난다. 북한이 진정으로 경제 건설을 바란다면 핵에 집착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핵 포기 조건과 관련해서는 협상이 필요하겠지만 무조건 핵을 고수하겠다고 해서는 진지한 대화가 이뤄지기 어렵다. 중국은 북한의 결단을 지속적으로 설득해야 할 것이다.

 북한이 이런 시도를 하는 것 자체는 진전이다. 우리 정부와 미국은 불씨를 잘 살려나가야 한다. 비현실적인 중국역할론에 기대어 북한의 굴복만을 요구할 게 아니라 실효성 있는 대화 틀을 만들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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