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북 태도 변화에 신중론 … 한겨레, 불씨 살리기에 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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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을 비교·분석하는 두 언론사의 공동지면입니다.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窓)입니다. 특히 사설은 그 신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읽으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핵을 앞세운 북한의 위협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북한의 위협에 그다지 심각하게 반응하지 않고 있다. 한쪽에서는 민족의 공멸을 가져올 핵 위협을 계속하는데 또 한쪽에서는 놀라우리만큼 평온한 일상의 풍경이 펼쳐진다. 이는 객관적으로 쉽게 이해하기 힘든 우리의 현실이다. 마지막 상황을 감수하겠다는 의연함일까? 아니면 거듭되는 위협에 느슨해진 둔감함일까?

 어느 쪽이든 남북 관계는 확실히 불확실성 그 자체다. 일찍이 경제학자인 존 갈브레이드가 현대를 불확실성의 시대(The Age of Uncertainty)라고 갈파했는데 우리는 그런 정도의 표현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생존의 불확실성이다. 북한 핵을 둘러싼 주변 강대국들의 복잡한 셈법은 우리 민족의 장래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두 신문사 사설을 읽어 보며 이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해 보자.

“대중 특사 파견은 국면전환 신호” 의견 일치

지난 5월 북한의 특사가 중국을 전격 방문하였다. 북한의 최고 권력자인 김정은 제1위원장이 특사의 형식을 취해 군부의 2인자인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인 최용해를 보낸 것이다. 중앙일보와 한겨레신문의 관련 사설을 꼼꼼하게 읽으면 북핵 문제의 해법과 북한을 보는 각각의 시각을 일정하게 짚어낼 수 있다.

 일단 두 신문 모두 북한 특사의 중국 방문을 크게 주목하였다. 중앙일보는 ‘지난 몇 달 동안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켰던 북한이 출구를 모색하고 있다’고 파악하였으며, 한겨레신문은 ‘최근 여러 달 계속되는 대북 제재 상황에서 국면을 바꾸려는 움직임’으로 분석하였다. 긴장 완화의 국면을 알리는 확실한 시그널로 모두 인정한 것이다. 두 신문은 또한 북한 특사의 방중 배경에 대해서도 거의 같은 분석을 했다. 이달 초의 미·중 정상회담과 이달 말의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중 양국 간 관계 개선을 위한 것이라는 시각을 보였다.

북한의 단골 메뉴 경계 vs 특사 파견 자체가 진전

하지만 특사를 보낸 북한의 의도를 분석하고 이에 대처하는 방안 모색에서는 두 신문이 다르다. 우선 중앙은 신중론을 취한다. 북한의 이러한 ‘태도 변화’가 ‘도발을 통한 긴장 고조 뒤 대화 복귀’라는 그간의 북한의 단골 수법일 가능성을 경계한다. ‘비핵화를 위한 대화는 절대 없을 것’이라 강조해 온 북한의 최근 태도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번 특사 파견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하면서 사실상 ‘비핵화를 위한 대화’를 피하려 한다면 “더 심각한 국제적 고립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중앙은 그 연장선상에서 북한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 현명한 판단을 하라고 촉구한 것이다. 중앙은 북한이 명백한 비핵화 의지를 보이는 전제 조건을 준수한다면 우리나라와 미국 등이 북한에 다양한 혜택을 주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반면에 한겨레신문은 북한이 “이러한 시도(특사 파견)를 하는 것 자체는 진전”이라고 판단한다. 북한의 노력이 비록 “불씨”에 불과하더라도 이를 우리 정부와 미국이 잘 살려 나가야 한다고 촉구한다. 북한이 무조건 핵에 집착하는 태도를 버려야 하나 북한만의 굴복을 요구하기란 어려우므로 “핵 포기 조건과 관련한 협상이 필요하며, 실효성 있는 대화의 틀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강조하는 것이다. 분위기 반전 등을 위해 우리 정부와 미국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요컨대, 중앙일보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 표명을 촉구하면서 관계국의 보상을 강조했고, 한겨레신문은 핵 포기를 끌어낼 ‘실효성 있는 대화의 틀’에 초점을 맞췄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온도 차는 지난 1월 북한의 3차 핵실험 가능성이 고조되었을 때도 중앙일보와 한겨레신문의 사설에서 그대로 드러난 바 있다. 즉,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다는 전제 아래 중앙은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기존의 대북 정책을 수정하라는 요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신중하게 ‘미래를 예측(2013. 1. 28)’하였다. 반면에 한겨레는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이끄는 중국이 이전과 달리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추고 있는 점은 의미가 크다며 적극적으로 ‘현재를 확인(2013. 1. 25)’한 바 있다.

 두 신문 사설 이후 북한은 남한의 대화 제의에 호응해왔지만, 회담 대표의 격 문제로 대화는 무산됐다. 북핵을 포함한 북한 문제의 불확실성을 여실히 알려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의 올바른 선택론에 무게를 둔 중앙과 한·미 양국의 효율적 대화론에 방점을 찍은 한겨레의 메시지를 함께 염두에 둔다면, 북한 문제의 불확실성을 보는 시야는 넓어질 것이다.

허병두 숭문고 국어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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