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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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①영화정책의 난맥 ②문예물의 퇴조 ③김승호씨의 죽음 ④「스타」의 폭력 ⑤「아시아」영화제 유산 <선정·평가=오영진 최금동 신상옥 유현목 김수용>
금년도 영화계는 제협을 비롯한 영화인 상호간의 끝없는 불협화와 영화법개정, 제작「코터」제 폐지, 검열·공연법을 둘러싼 영화정책의 시행착오등 영화외적여건도 그렇거니와, 방화의 질적향상·제작기술의 혁신등 내적문제에 있어서도 일보의 전진이 없었던 해였다.
금년에 상영된 방화는 작년도 이월분까지 합쳐 모두 1백75편(외화79편). 이중 관객 10만선을 넘은 작품은 「미워도 다시한번」등 불과 13편이었다.

<원점으로 돌아가>
국산영화의 질적향상과 영화기업의 육성을 목적으로 마련한 현행영화법은 결과적으로 제작시설에 치우친 나머지 제작자본의 고갈을 초래했다. 그나마 작년에 12개사로 정비했던것이 올해엔 17개사로 늘어났고 앞으로 4,5개사가 더 문을 연다고하니 영화법은 결국 원점으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그리고 과당경쟁을 지양하기 위해 지난 62년부터 실시해오던 제작「코터」제가 당초의 목적과는 달리 이권화하자 영협의 건의로 최근 폐기되었다. 그러나 이 선의의 노력은 영뚱한 부작용을 낳았다. 현대영화가에는 한꺼번에 1백여편이 대량생산중에 있어 「카메라」와 배우 모으기에 혈안이 되고있다. 그렇다고 이 영화들이 모두 햇볕을 보는것도 아니다.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듯』극장붙잡기가 어려운 실정인 것이다. 또 말썽많은 검열문제도 아직 밝은 전망을 비쳐주지 못하고 있다.

<「그레셤의 법칙」>
37만의 관객을 모은영화 「미워도다시한번」의 「히트」는 영화계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40년대의 신파에서 한걸음도 벗어나지 못했다고 혹평하는 이「홈드라마」는 그후 10여편의 아류가 쏟아져 나오게까지 했다. 「그레셤」의 법칙은 여기서도 개가를 올렸다.
작년만해도 개화의 기미를 보이던 소위「문예영화」는 금년들어 거의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고 가까스로 명맥을 유지한것이 「장군의 수염」「카인의 후예」「이상의 날개」정도이다. 그러나 외화 「남과여」의 자극탓인지 영상주의에 대한 관심은 고조되었다.

<병폐드러낸 죽음>
서민적인 연기로 「아시아」의 정상을 가던 「톱·스타」김승호씨가 한참 일할 나이인 51세를 일기로 지난 12월1일 세상을 떠났다. 그의 별세는 「스타」의 죽음이라는 감상적인 뜻에서뿐아니라 우리나라 영화계의 병폐 - 불신과 알력과 비정, 그리고 전근대적인 영화기업체제가 그로 하여금 목숨을 잃게했다는 점에서도 애도의 정이 한결 두터웠다.

<비난받은「주먹」>
『영화판』의 폭력은 금년에 비롯된것이 아니지만 그 폭력사건 때문에 박노식·신성일·신영균·최성호군이 입건되었다.
자의가 아닌 빠듯한「스케줄」, 전통적인 영화계의 대인관계등이 자연 「스타」를 그렇게 만든다는 동정론도 있다. 그러나 겹치기출연으로 집약되는 이들의 횡포는 법적제재의 방법으로라도 마땅히 근절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경비조달 어려워>
금년 가을 서울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제15회「아시아」영화제가 『경비조달불능』이라는 한국측 사정때문에 유산되었다. 따라서 한국은 국제적 신의를 잃었고 「아시아」영화제는 영원히 발붙일곳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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