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문제 강경 대치

중앙일보

입력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북.미간 대치 기류가 심상치 않다. 그동안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면서 북한에 대한 외교적 압박에 주력하던 미국이 군사대응을 시사하고 나섰고, 북한도 연일 대미 강경 대응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접점 찾기는 그만큼 더 어려워졌고, 북한이 핵 개발을 서두를 가능성이 커졌다.

이라크 문제에 매달려 있는 미국의 사정이나 군부를 비롯한 강경파가 의사결정 과정을 주도하는 것으로 보이는 북한 분위기도 대화 해결의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미국=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직접 "(군사력을 포함해) 어떠한 선택방안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은 미국의 대북 접근 방식이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이 발언 직후 "대북정책이 특별히 바뀐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언론 보도는 군사적 대응의 가능성을 열어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의 발언이 전날 행정부 내 대표적 비둘기파인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북한에 대해) 무력사용을 포함한 어떤 정책도 선택할 수 있다"고 한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이 외교적 압박을 통한 평화적 해결원칙만 고수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풀이다.

그동안 백악관.국무부 등이 북한 관련 선택방안을 언급할 때 '외교적으로''평화적으로'라는 수식어를 붙이면서 세심한 배려를 해왔다는 점에 비춰볼 때 이같은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렇다고 미국이 외교적 압박의 수순을 접고 곧바로 대북 제재나 군사적 대응으로 나갈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들이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 지도부의 언급은 북한이 핵재처리 시설(방사화학실험실) 가동을 통해 핵개발로 나가려는 것을 차단하려는 경고의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이 이라크사태에 외교.군사력을 집중하는 와중에 있을지도 모를 북한의 오판을 막겠다는 의도가 짙다는 것이다.

◇북한=북한은 미국의 한반도 주변 군사력 증강 움직임 등에 대해 강경대응 방침을 잇따라 천명하고 있다.

북한 외무성 이병갑 부국장이 미군에 대한 선제공격 가능성을 언급한 데 이어 6일에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이 "미국의 한반도 주변 군사력 증강은 곧 전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9일에는 내각기관지 민주조선이 "한반도에서 전쟁은 곧 핵전쟁"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12일 특별이사회를 열어 핵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할 경우 핵시설 가동 등을 통해 더 강경하게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 이효준 특파원, 서울, 오junle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