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은 건보재정통합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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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건강보험 재정 통합 논란이 재연될 조짐이다. 2000년 상반기, 2001년 12월에 이어 이 문제를 놓고 온 나라가 들끓게 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논란의 핵심은 누가 더 보험료를 많이 부담하느냐다. 직장인들은 자기들이 손해를 본다는 것이고, 지역가입자는 오히려 더 부담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해결책은 현재 30%선에 머물고 있는 자영업자의 소득파악률을 높이고 양쪽의 보험료 부과 방식을 통일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 모두 하루 아침에 해결할 수 없는 어려운 과제다.

그런데 통합 예정시기(올 7월)는 5개월도 채 안 남았다. 정부가 이를 위한 준비작업에 박차를 가할 시점에 한나라당이 반기를 들 계획이어서 한바탕 소용돌이가 일 수밖에 없게 돼 있다.

◇쟁점=지역가입자 8백40만 세대 중 소득자료가 있는 사람은 2백40만세대(29%)에 불과하다. 67만세대(8%)는 소득자료가 아예 없다. 나머지 3백20만세대는 임시.일용직 근로자, 실업자 80만세대, 농어민 1백20만세대다.

특히 소득자료가 있는 2백40만세대도 소득을 많이 줄여 신고하는 게 문제다. 직장인들은 주변의 의사.변호사 등 고소득 자영업자와 중대형 음식점.가게 주인 등의 벌이가 훨씬 나은 데도 보험료를 적게 낸다는 데 대해 분개하고 있다.

반면 지역건보는 대부분 가입자들이 비정규직 근로자나 노인, 농어민.실업자 등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에 젊은 직장인들이 이들을 돕는 것은 사회 화합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쟁점은 서로 다른 보험료 부과체계다. 현재 직장인은 소득에, 지역가입자는 종합소득에다 재산.자동차 보유여부 등을 감안해 보험료를 낸다. 직장건보는 "돈이 들어오는 방식이 다른데 어떻게 주머니를 같이 쓸 수 있느냐"고 한다.

지역건보는 "직장인들이 근로소득에만 보험료를 내지만 우리는 이자.배당소득.임대소득에다 재산.자동차까지 감안되기 때문에 실제 부담은 우리가 많다"고 맞선다.

◇전망=두 가지 쟁점은 물리적으로 6월까지 해결될 수 없다. 보건복지부는 7월에는 현행대로 별도 체제로 부과하고 단일 보험료 체계를 만들어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하겠다고 10일 밝혔다.

재산이 많은 직장인에 한해 재산 건보료를 부과하는 등의 방안을 구상하고 있으나 이럴 경우 직장인 부담이 오히려 늘게 돼 있어 또 다른 논란을 낳을 전망이다.

자영업자 소득파악도 위원회를 만든다고 크게 달라질 게 없을 것으로 보인다. 99년에도 비슷한 기구가 있었으나 별 성과가 없었다.

또 2000년 7월 건보조직을 하나로 합하면서 내놓았던 목표가 제대로 달성된 게 별로 없다는 점도 재정통합에 난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당시 건강보험을 통합하면 거대 조직이 돼 조합주의 시절보다 건보료 인상이 어려워진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실제 2002년과 2003년도 건보료 인상 시기가 늦춰졌고 목표만큼 올리지 못해 재정에 악영향을 끼쳤다.

조직통합으로 원스톱(일괄)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했으나 현재 건보공단 2백35개 지사 중 1백66곳은 직장이나 지역 중 한쪽만 서비스가 된다.

신성식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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