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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女실업배구 흔들 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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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배구 수퍼리그 여자실업부 플레이오프에서 LG정유는 KT&G를 맞아 1세트를 이겼으나 2세트를 내줬다.

그러자 김철용 LG정유 감독은 주저없이 주전세터 이수정과 센터 이윤희.손현을 빼고 김지혜와 곽소희.김은아를 투입했다. 1-3으로 패한 뒤 김감독은 선수단 버스에서 혼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김감독은 "오늘 두가지 목표를 세웠다. 먼저 3-0으로 이겨 세트 득실차에서 KT&G.흥국생명을 제치고 2차대회에 나가는 것이었는데 실패했다. 그래서 두번째 목표로 바꿨다. 최하위로 드래프트 1순위를 잡는 것이다. "

김감독이 꼴찌팀 감독의 오명도 마다하지 않은 것은 바로 올해 드래프트에 김민지(1m86㎝.레프트.중앙여고2.사진)가 나오기 때문이다.

'10년에 한번 나오는 선수'라는 평가를 받는 선수는 손에 꼽는다. 최근 남자는 레프트에서 이경수(LG화재), 라이트에서 박철우(2m1㎝.경북사대부고2)가 그런 평가를 받았다. 이제 여자선수 중 김민지에 대해 '10년에 한번 나오는 선수'라는 평가를 아끼지 않는다.

지난해 아시아청소년선수권에서 한국은 4위에 그쳤다. 하지만 김민지는 한국선수 중 유일하게 '베스트6'에 뽑혔고, 블로킹상까지 받았다.

여자 국가대표팀 유화석(현대건설)감독은 "힘과 경험만 보완하면 분명히 지경희를 능가할 재목"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왜 지경희와 비교되는가.

한국 여자배구는 1995년 지경희(전 현대건설)-99년 장윤희(전 LG정유)의 은퇴와 함께 후위공격(백어택)을 잃어버렸다.

아기자기한 연타와 리시브로 상징되는 지금의 한국 여자배구. 공격라인 뒤에서 새처럼 날아올라 '갈기는' 후위공격을 기다리는 팬들에게 김민지는 단비 같은 존재다.

이세호 KBS해설위원은 "김민지는 큰 키를 이용해 블로커 위에서 때린다. 말 그대로 오픈공격"이라며 "큰 키에도 불구하고 순발력.유연성이 좋아 후위공격까지 하는 최대어"라고 말했다.

김민지의 장점은 공격만이 아니다. 레프트에게 필수인 수비능력도 발군이다.

서브리시브도 팀 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공격리시브도 곧잘 잡아낸다. 또 가로막기 능력도 탁월하다.

김민지는 현대건설 센터 이명희와 고향(충북 제천)이 같아 배구를 시작했다.

김민지의 아버지와 친구였던 이명희의 아버지는 의림초등학교 4학년이던 김민지를 이명희의 은사인 심재호 중앙여중.고 총감독에게 소개했다.

김민지는 중3년 때 유스대표로 선발되며 두각을 나타냈고, 여자배구 '최대어'로 성장했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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