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리모델링 시큰둥…”재건축이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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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기자] “문의 전화도 없어요. 물건값이 이미 4월에 올랐는데 누가 막차를 타려고 하겠어요?” (서울 개포동 럭키공인 관계자)

“지난 4ㆍ1부동산 대책에서 수직증축 허용 방침이 발표된 이후 4~5월 ‘반짝’ 거래가 됐어요. 이번 최대 3개 층 수직증축 허용 방안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터라 그런지 분위기가 잠잠하네요.” (서울 개포동 행운공인 관계자)

수직증축이 최대 3개 층까지 가능해지고 가구수도 최대 15%까지 늘릴 수 있도록 하는 수직증축 허용 방안을 담은 4ㆍ1대책 후속법안이 발의됐지만 대표적인 수혜지역으로 꼽히는 서울 강남권의 반응은 조용한 편이다.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매수 문의가 늘고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여 매도 호가(부르는 값)가 오른 분당신도시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개포동 럭키공인 관계자는 “4ㆍ1대책 이후 리모델링 기대감이 반영돼 호가가 3000만~4000만원 정도 오르고 거래도 있었지만 5월 중순부터는 거래도 끊기고 보합세”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실거래가 자료를 살펴보면 리모델링이 추진 중인 개포동 대치ㆍ대청아파트는 4월 한달 동안 22건이 거래됐다. 반면 5월에는 거래 건수가 6건으로 줄었다.

매매가격도 4ㆍ1부동산대책 이후 소폭 오름세를 보였다. 5월 거래된 대치아파트 전용면적 50㎡형의 매매가격은 4억7500만원으로 한달 새 1500만원이 올랐지만 현재는 보합을 유지하고 있다. 인근 수서동 신동아 아파트도 비슷한 상황이다. 전용면적 33㎡형의 매매가격이 4월 이후 1000만~2000만원 올라 5월에 3억원에 거래됐지만 거래는 줄었다.

강남권에서 리모델링이 추진 중인 주요 단지들의 경우 이미 4월 들어 일부 손바뀜이 일어났고 6월 들어선 거래가 끊겼다는 게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얘기다.

리모델링 비용 여전히 ‘부담’

수직증축 허용과 일반분양분 증가로 상당수 단지가 리모델링 사업 추진동력을 얻게 됐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3개 층까지 증축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리모델링 비용과 이주비 등 추가적인 비용을 감안하면 큰 이익은 아니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아직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확정된 것도 아닌 데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일반분양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입주한 지 20년이 넘은 도곡동 아파트에 살고 있는 김은경(43)씨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리모델링 비용도 문제지만 공사 기간 동안 이사를 가야 하는 것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현재 개포동 대치아파트의 경우 가구수 증가분 15%를 적용하면 263가구가 증가한다. 이 아파트의 3.3㎡ 평균가격은 2200만원 선으로 단순 수익금을 계산해 보면 가구당 평균 5773만원 가량의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한다.

주민 부담은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개별적인 부담금은 나오지 않은 상황. 업계에 따르면 가구당 8000만~1억원대의 리모델링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인다.

개포동 행운공인 관계자는 “리모델링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추가분담금을 내면서까지 집을 고치려는 집주인들이 별로 없다”며 “리모델링 비용이 세부적으로 나와봐야 알겠지만 차라리 재건축을 기다리겠다는 집주인들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다른 지역의 분위기도 냉랭하다. 리모델링이 추진 중인 강동구 둔촌동 현대1ㆍ2ㆍ3차와 리모델링 추진위원회가 구성된 광진구 자양동 우성1ㆍ2차 아파트의 경우 4~5월 거래 건수가 1~2건에 그쳤다. 둔촌동 현대공인 관계자는 “주민들이 리모델링 규제 완화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법안으로 리모델링 사업성이 좋아진 만큼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에 호재이지만 활성화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 보통 리모델링 사업은 사업 완료 후 집값 상승 기대감에 따라 사업 추진 여부가 좌우되는데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집값 전망이 불투명해 주민들이 선뜻 리모델링에 나서기 힘들다는 것이다.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권대중 교수는 “수직증축 허용은 파격적인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최대 3개 층으로 층수를 제한해 주민들의 추가분담금 부담을 더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집값이 비싸거나 집값 반등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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