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후의 나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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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소련군의「체코슬로바키아」침공이래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은 공산 측에 유리하게 기울어진 구주세력 균형이란 저울을 바로잡기 위해 이의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60여만으로 추산된 소련군을 비롯한 동구 군이 「체코」사태에서 보여준 바와 같이 극히 짧은 시일에 동원될 수 있었다는 그 기동성에 「나토」본부와 「나토」회원국들의 놀라움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컸다. 50내지 60만의 군대를 월남전에 투입하고 있는 미국의 군사 실정에서 오는 제약과「체코」가 소련권 안에 들어있다는 전후의 기정사실 등등의 이유로 비록 「체코」 사태에 군사개입을 할 수는 없었지만 「체코」 후의 심각한 정세에 수수방관 할 수 없었다.
「나토」정례 각료이사회는 당초 12월로 예정된 계획을 앞당겨 지난 14일부터 3일간의 회의를 「브뤼셀」에서 갖고 있는데 이 회의가 빨리 열린 것은 무론 「바르샤바」 조약국 군대의 「체코」침공으로 가장 위협을 받게 된 서독의 호소가 많이 작용을 한 것이긴 해도 「나토의 맹주로서의 미국의 책임과 초조의 깊이를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서독의 호소작용>
이렇듯 중요성을 띤 14일의 「나토」각료이사회 방위계획 위원회 회의에 미국 대표로 참석한 「클라크·클리포드」국방장관은 미국의 새 구주 방위구상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①69년 초 수개 미공군 전두기 대대들이 참가하는 공중전 훈련을 실시한다.
②구주해역에서 철수 예정이었던 1개 미해상 초계비행대대를 계속 잔류시킨다.
③구주 주둔 미 공군 요격기대대의 기기동을 F102에서 F4 「팬텀」기로 바꾼다.
④구주 비상사태에 긴급 대처할 미 전략 및 전술 병력을 확보한다.
미국은 앞서 주구미군1만2천명의 삭감을 중지키로 결정한 바 있다. 동독에 의한 서부 「베를린」의 봉쇄설이 나돌고 있는 작금의 서독의 불안은 「체코」 사태이후의 불안에 겹쳐 점차 고조되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미영 양국과 함께 「나토」의 군사력 강화조치에 앞장 설 서독은 육군의 화력증강, 「호크·미사일」부대 증설 계획을 세우는 등 독자적인 방위력 증가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닉슨은 구주 역점>
「리처드·닉슨」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차기 공화당 정부의 외교정책 가운데서 구주 외교에 역점을 두겠음을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어 월남 문제가 해결되는 대로 미국의 외교는 구주 우선 주의의 구체화로 그 변모를 일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독은 「닉슨」 정부의 등장은 서독에 대한 소련의 압력을 억제하는 강력한 방파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나토」군 총 병력 43개 사단(65만명)은 총1백49개 사단규모(1백50만명)의「바르샤바」 조약기구 군과 비교할 때 열세에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핵 경고탄」 주장>
「나토」일부에서는 공산 측이 만일 구주를. 공격하는 경우 「발릭」 해나 지중해 건너편으로 「핵경고탄」을 발사해야 한다는 강경론을 내세우고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18일 「프라하」에서 조인된 소 「체코」간의 소군 주둔에 관한 잠정협정에 따라 11월15일 이후에도 7만5천의 소련군이 「체코」에 계속 잔류할 것으로 보인다.

<바르샤바군 강화>
그곳에 잔류하는 소련군병력은 불과 7만여밖에 되지 않으나 이때까지 소련군 한 명도 없던 「체코」에 소군이 정식 진주할 수 있게 됨으로써 남북2개의 지휘계통으로 갈라져있던「바르샤바」 군대의 지휘계통이 일사불란하게 일원화하여 「폴란드」 동독 「체코」 「헝가리」의 68개 사단이 한꺼번에 서방측에 진격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게 되었다.

<핵으론 동구압도>
이렇듯 재래식 병력면에서는 동구가 앞서있다는 인상을 풍겨 주나 즉각 작전에 사용할 수 있는 핵탄두면에서는 미국이 소련에 비해 4대1로 단연 우세(콜리모드국방장관의 주장)하여 소련이 서독을 직접 위협하기란 결코 용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나토」전략가들은 장담하고있다.

<묵살된 억지해석>
소련은 「나토」체제의 최전선인 서독을 「유엔」헌장53조와 1백7조의 이른바「적국조항」을 빙자 서독에 무력 개입할 권리가 있다는 맹랑한 법 이론도 들고 나오면서 이를 서독에 압력을 낳기 위한 무기로 사용하고 있으나 서방측은 2차 대전 중의 「적군」에 대한 「지역적 기구의 조치」가 「바르샤바」기구의 조치를 의미한다는 소련의 억지해적을 묵살하고있다.

<조약보강이 좌우>
소련이 서방에 공격을 가할 경우 「나토」체제가 얼마만큼 신속·적절히 이에 대처 할 수 있는가는 내년에 만기가 되는 「나토」조약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보강하느냐에도 달려있지만 「구주 중심주의」를 표방한 「닉슨」정책이 어떻게 구체화하느냐에 대해서 좌우될 것이다. <신상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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