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7)교단42년 한흥수 돈암국민학교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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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이번에 뜻하지 않게도 교육자 최고의 영예인 국민훈장을 받게 되어 황송스럽기 한이 없다. 42년이란 오랫동안 교직 생활을 하여 오히려 국가에 폐만 끼쳤을 뿐 일텐데 표창을 받다니, 국민여러분께 으히려 송구스러운 마음뿐이다.
사범을 졸업한 것이 어제 같은데, 가르친 어린이들이 무럭무럭자라나 각계각층에서 활약하고있는 것을 볼 때 오랜 것을 깨달을 따름이다. 그동안 1개의 학급담임으로18년(주로 고학년), 학교장으로 24년을 지내면서 늘뼈저리게 느낀 것은 중학교입학시험문제였다. 입학시험이있는 이상 준비를 아니할수없고 준비를 하자니 교육의정상화를 이룩할수 없었던 것이다. 중학교 입학 성적이 나쁘면 암만 애를 쓰고 잘 가르쳐도 아무런 보람도 없이 비난의 대상이 되는 실정은 어쩌는 수 없다.
매일매일의 학습지도는 시간표도 없고 시험과목에만 치중하여 지도하게되니 국민학교의 교육과정은 중학교입학시험제도가 좌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게다.
이럴즈음 사상유례없는 중학입시개혁의 영단을 내리게 된것은 무한히 기뻐할일이었다. 이것은 우리서울특별시 국민학교 교장들이 수년간에 걸쳐 당국에 건의했던 것이었다. 우리의 소원을 달성하고 보니, 이제야 말로 제대로의 교육을 할 수 있는 때가 왔다고 생각된다. 교육자로서, 제대로의 구실도 하지 못한 나로서 늦게 철나는 격으로 이제부터라도 끊임없이 자라나는 어린이들의 착한 다음씨와 튼튼한 몸을 길러내어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계발하기에 온갖 힘을 다할 자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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