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궁 5개월 |결심 앞둔 근하군 유괴살해사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공판에 계류중인 근하군 유괴살해사건은 결심단계에서도 그 진상이 밝혀지지 않고 더욱 미궁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다. 검찰이 김금식(33) 최상욱(46) 김기철(32)등을 이 사건의 피고인으로 기소한 것이 지난 6월 13일-. 지난 7월 22일의 첫 번째 공판이후 13회의 공판이 열리는 동안 검찰과 변호인측이 신청한 36명의 증인 (감정인 2명 포함)이 증언대에 올랐지만, 쌍방 모두 다툴 여지없는 「결정적인 증거」를 내놓지 못했다. 더구나 검찰수사의 핵심이 되어온 김금식피고인의 진술이 10회 공판(10월 28일)을 고비로 돌변,「검찰과 변호인측에 싸움의 불씨를 던졌다.
그러나 검찰측은 김피고의 태도표변이 수사단계에서부터 요구해온『살려준다는 보장』이 없는데 대한 마지막 몸부림이 라고 판정,『김피고의 자백번복이 재판부의 심증을 무너뜨릴 수 없다』고 낙관하고 있다.
변호인측의 주장은 또 다르다. 검찰이 이사건의 주범으로 쫓고 있는 박영태(35세가량)가 기소되지 않은 이상검찰수사를 이끌어 온 김피고의 진술번복은『사건자체를 뒤집는다』는 것이다. 변호인측은 이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의 단서가 바로 김피고에게서 나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사실 검찰이 밝혀낸 근하군 유괴살해사건의 진상은 김피고의 진술을 토대로 이를·확인한 것이 많다.
①이 사건에 수배중인 박영태를 포함한 5명의 공범자가 있으며 ②「알리바이」조작을 위해 작년 10월 17일 대구교도소에서 복역중인 김금식피고가 불법출소, 범행에 가담했고 ③박영태 등이 여광석피고(31)를 1만원에 매수 근하군아버지 김용선씨(47)로부터 1천만원을 받으면 크게 사례한다는 조건으로 김피고를 교도소에서 빼냈다는 사건의 전후관계가 모두 김피고의 진술에서 굳어진 것이다. 이점을 검찰도 시인하고 있다.
(김의 진술 따라 수사)
수사과정에서 한동안 이 사건이 간첩의 지령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가장 되었던 것도 김금식·정대범(21·근하군 살해하수인)이 꾸며낸 연극이었다. 특히 김금식피고가 내뱉은 암시에 따라 검찰수사가 숨바꼭질을 거듭해 온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공소사실이 김피고의 진술로 굳어졌다는 이유만으로 김피고의 진술번복이 곧 사건을 번복시킬 수 없다고 믿고 있다.
공판과점에서 증인으로 나왔던 현장목격자들의 증언, 채택된 증거물 등이 김금식피고가 진술한 사건의 진상과 부합된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이에 대해 변호인측은 증언의 증거능력을 부인하고있다. 증인들의 말이 간접적인 전문(전문)을 내용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영태」는 누구냐)
이 사건의 진실을 가리고 있는「베일」은 이밖에도 또 있다.
첫째, 여광석피고가 근하군 살해사건의 공범도 아니면서 김금식피고를 교도소에서 불법출소 시킬 수 있었겠느냐의 문제이다. 검찰측은 3천원만 주면 재소자가 하룻동안 비공식으로 출소하고 있다고 내세우고 있으나 김피고의 자백과 작년 10월 17일께 김피고를 보았다는 목격자들의 증언이외에 이에 대한 뚜렷한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둘째, 이 사건의 주범으로 알려진 박영태가 누구냐는 것이다. 지난 7일의 12회 공판 김금식피고와 정대범의 대질로 수배 중인 박영태가 이경섭(35)이라는 사실이 처음으로 드러났으나 검찰은 아무런 반응도 나타내지 않고 있다. 만약 정대범의 증언대로 박영태가 지난 10월 초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혐의로 구속된 해운대관광「호텔」지배인 이경섭이라고 하면 검찰이 이를 기소하지 않고 있는 이유가 불투명하다.
(김의 진의는 어디에)
검찰은『박영태의 수사보다 이경섭사건의 공소유지가 시급하며, 박의 정체는 차츰 밝혀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박영태와 이경섭이 동일인이라고 하더라도 정대범을 뺀 나머지 피고인들이 모두 범행을 부인하는 동안 그 정체를 밝혀 낼 수는 없을 것 같다.
셋째, 김금식피고가 검찰에서『구형량 15년으로 하고 앞으로의 생활을 보장해 모든 진상을 밝히겠다』고한 진술의 진의가 무엇이냐도 궁금하다. 검찰은 이것이 보장됐을 경우 김피고가『검찰의 회유로 허위 자백했다.』고 무죄를 주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나 과연 김피고의 진의가 어디에 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