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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심의와 선거 뒤처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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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새해 예산안의 종합심의를 둘러싸고 국회여야는 날카로운 대립을 보이고 있다.
신민당측은 세법개정에 의한 세입삭감과「여야합의의정서」처리가 공화당측의 비협조로 원만히 되지 않을 경우, 법정기간(12월2일)안의 예산안심의에 협조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공화당측은 재경위에서의 세법개정안심의를 예결위예산안심의와 병행해서 진행한다해도 새해 예산편성에 지장이 없을 것이니, 양자를 병행해서 다루어 나아갈 것이며, 또 「합의의정서」의 처리문제와 새해 예산안의 심의는 스스로 별개의 문제이니, 양자를 결부시킬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같은 대립은 여야총무회담의 속개로 타결의 여지가 아직도 남아있기는 하지만, 여당측은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에는 예산안의 단독심의도 불사한다는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으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이번 예산국회 역시 격심한 파동은 면하기 어려울 것 같다.
양당의 이견대립 중 세법개정이 끝난 다음에 예산안을 예결위에서 심의 하느냐, 혹은 세법개정심의를 예결위심의와 병행토록 하느냐는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기본적인 쟁점은 7대 국회에서 야당 등원의 조건이었던 선거부정문제의 뒷수습을 위한「여야합의의정서」가 아직도 처리되지 않고 있어 이를 이번 국회에서 예산안심의에 앞서 우선적으로 처리하려는 신민당의 입장과「의정서」처리를 예산안심의와 완전히 분리하려는 공화당의 입장이 평행선을 그으면서 대립하고 있다는데 있는 것이다. 작년 예산국회도 바로 이런 쟁점으로 인해서 세칭「28파동」이라는 중대 오점을 남겼었는데 이 악몽과도 같은 사태가 만1연만에 또다시 되풀이될 우려가 있음은 지극히 유감스럽다 아니할 수 없다.
7대 국회에 야당을 등원시켜 의회정치를 정상화하려던「여야합의의정서」가 1년 이상이 지난 오늘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아무런 효력을 발생치 못하고 있다는 것은 슬프지만, 솔직이 시인치 않으면 안될 사실이다. 국회정상화의 조건으로서 가장 우선적인 처리를 요하는 이 문제가 오늘 이 시점까지 해결의 실마리조차 붙잡지 못하고 있는 소이는 무엇언가. 제일중요한 것은 여당이 다시는 이땅위에서 타락선거가 행해질 수 없는 제도상 보장을 줄 생각을 굳게 하지 아니하고, 자꾸만 시일을 끌어 6·8총선을 완전히 망각의 피안에 넘겨 선거의부정과 타락을 결정적인 기성사실로 만들고자 하는데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우리는 신민당이 년중무휴나 다름이 없는 국회운영에서 여유를 두고 의정서처리를 따질 생각을 하지 않고, 예산안 심의때마다 이 문제를 들고나와 여당을 물고늘어지는 태도를 못마땅하게 생각하지만, 6·8총선 후유증 수습에 관한한 그 지연책임의 태반은 다수당인 여당에 있옴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의정서」의 성립은 국회정상화의 계기를 이루었던 것이니 만큼 그 미처리는 어느 때건 국회비정상화·변칙화의 요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다수당은 이 문제를 가급적 빠른시일안에 매듭짓겠다는 태도를 명시하여 야당의 불신을 씻고 국민의 오해를 풀도록 해야한다.
우리는 신민당이 이 문제의 처리를 예산안의 종합심의에 앞서야 한다고 고집하는 까닭이 주로 여당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의 소치이지, 결코 거기에 어떤 시한성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는 믿지 않는다. 그렇다면 여당은 이 문제 처리에 성의를 보여 예컨대 이 문제만을 다루기 위해 따로 임시국회를 소집 한다든가에 관해 확고한 보장을 줌으로써 선거 뒤처 리문제로 말미암아 예산안심의가 소홀히되거나, 흑은 그것이 변칙적으로 통과되지 않기를 원한다.
(재정면의 통화증발 요인억제)
재무부는 69년도의 년말통화량한도를 1천 7백 25억원 선으로 책정하는 재정안정계획을 마련, 미측과 협의할 방침으로 있다한다.
69년도 통화량증가율을 15%선으로 예정함으로써 68년도의 증가율한도 25%를 크게 하회 하는 69연도 계획은 비교적 건실한 것이라고 보아 우선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재무부의 구상에 따르면 69년도에는 공공부문에서 균형 내지 흑자를 달성하고 한은차입을 극도로 억제할 것이라 하며, 농협부문에서는 비료인수자금을 금융부문의 비축자금에서 조달함으로써 농협자금에 대한 압박을 완화시킬 것이라 한다. 그리고 금융부문에서는 수신내 여신 원칙을 견지할 것이며, 해외부문에서는 단기부채 도입을 일체 허용치 않을 뿐만 아니라 외화대부를 중지함으로써 년간 5억원의 통화환수를 기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방침이 실지로 집행될 수 있을 것인지는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재정안정계획의 방향으로서는 매우 건실한 것으로 생각되는 것이다. 이미 외환수급전망이 악화됨으로써 해외부문에서의 통화창조경향은 크게 둔화하고 있으며 69년도에는 해외부문이 격심한 통화환수작용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 터이므로 해외부문에서 통화가 창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할 것이다. 따라서 69연도에는 오히려 재정측의 통화증발요인을 어떻게 견제할 것인가 하는 점이 주목되는 것이며 재정안정계획의 핵심을 이루는 것이라 할 것이다.
비록 재무부가 재정부문의 균형 내지 흑자를 예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69년도의 예산안으로 보나 총자원예산안으로 보나 재정부문에서 균형 내지 흑자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우리는 지적하고 싶다.
69연도 총자원예산안을 편성하고 있는 기획원은 69년의 투자규모를 68년도보다 21%나 증가시킬 예정으로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고율투자를 외자도입의 역제라는 조건하에서 집행하려한다면 필연적으로 재정측에서의 통화공급확대가 불가피 하지 않을까 생각되는 것이다. 그리고 69년도 예산안에서도 이미 1백 80여억원 수준의 각종 공채발행을 전제로 하고있는 것이므로 공채발행조건에 따라서는 그것이 곧 통화증발로 반영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의 금융정세로 보아 각종 공채는 결국 한은인수가 아니면 일반은행인수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것이며, 따라서 형식이야 어떠하든 재정측의 통화증발요인이 될 것임을 부인키는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69년도 재정안정계획은 재정측의 실질적인 균형 내지 흑자여하에 따라서 건실하게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게 된다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통화물가정세가 차츰 악화되고 있으며 그 위에 환율문제를 어차피 69년도에는 해결해야 할 것이므로 69년도의 통화공급은 극도로 억제되어야 마땅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69연도 예산과 총자원예산, 그리고 재정안정계획이 조화되도록 조정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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