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잔치는 계속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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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환이 골든골을 넣자 열광적인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월드컵 2회전에서 이탈리아에 놀라운 승리를 거두며 열광적인 축제의 밤을 보낸 한국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다. 그러나 수요일에도 흥분된 분위기는 줄지 않고 있다.

수백만 명의 한국인들은 숙취와 녹초가 돼 출근했고 숙취에 시달렸다. 하루 휴가를 낸 사람들도 있었다. 한국은 전국이 염원하던 골든골이 연장전 종료를 몇 분 남겨둔 상황에서 터지자 대규모 축제가 벌어졌다.

경찰 관계자들은 서울에서만 1백50만 명, 전국적으로 약 5백만 명의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도시들을 대표팀의 색깔인 붉은 색으로 가득 채웠다고 말했다.

이런 기쁨을 안겨준 선수는 공격수 안정환이었다. 연장에서 나온 그의 헤딩으로 한국은 이탈리아에 2-1로 이기며 8강에 진출했다.

한국 팀이 월드컵에서 이탈리아를 누른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첫 승리는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이탈리아를 집으로 돌려보낸 당당한 북한 팀이었다. 아시아 팀이 월드컵에서 이처럼 높이 올라간 적은 없었다.

화요일 대전 경기장에는 팬들이 빨간 색과 하얀 색 카드 수천 장으로 'Again 1966'이라는 글귀를 만들며 북한의 공적을 떠올리게 했다.

영자지 코리아 타임스는 "한국인들은 북한의 뒤를 이을 기회를 40년 간 기다렸다"고 보도했다.

화보
아시아의 기쁨과 슬픔
기쁜한국
|슬픈일본

조선일보는 1면에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라는 제목 아래 "전사들이 마침내 루비콘강을 건너 로마에 입성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또 "히딩크 사단이 세계를 놀라게 했고 새 역사를 창조했다"라는 제목 아래 네덜란드인 감독 거스 히딩크를 거의 신적인 존재로 끌어올렸다. 많은 한국인들은 그가 대통령에 출마한다면 적임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화 같은 이야기

한국 팀은 이제 토요일 광주시에서 스페인과 대결한다. 이 경기는 다시 한 번 전국을 마비시키고 세계 무대에 아시아 축구의 위상을 굳게 다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경기는 전반전이 시작되자마자 페널티킥을 실축한 안정환이 결승골을 꽂아넣으며 폭발적인 축제의 밤의 도화선을 당긴, 거의 동화 같은 결말로 끝났다.

조선일보는 "축구의 신이 안정환에게 마지막 기회를 줬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한국 언론은 이탈리아 전에서 경기 종료 2분을 남기고 동점골을 성공시킨 설기현에게도 찬사를 보냈다.

이 한국의 영웅은 자신의 이름과 브라질 스타 히바우두의 이름을 조합한 '설바우두'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한국인들은 최초의 월드컵 8강 진출을 춤과 폭죽, 대한민국 연호로 기념했다. 아마도 한국에게 응원상을 줘야할 것 같았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경기 중 하나였던 이번 대결이 극적인 결말로 끝나자 사람들은 춤추고 뛰어오르며 팀 구호를 외쳤다. 그리고 음악이 도시에 울려퍼졌다. "대한민국!"을 연호하는 목소리들이 귀청을 찢을 듯했다.

폭죽 수천 발이 수도 서울의 밤하늘을 수놓았다. 사람들은 휘슬을 불고 경적을 울렸다. 서울 도심 10차선 도로 위로 끝없는 빛줄기들이 솟아 올랐다.

이탈리아, 심판 비난

이탈리아 밀라노의 팬들이 경기가 끝난 직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팬들이 눈물을 흘리거나 침묵을 지키며 서로 포옹하는 이탈리아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1966년 월드컵에서 이탈리아 대표팀은 깔보던 북한에게 패해 탈락한 뒤 썩은 과일과 채소 세례를 받았다. 그러나 이번 경기의 즉각적인 반응은 이번 경기의 주심에 대한 비난이었다. 많은 이탈리아인들은 아주리 군단의 승리를 강탈당했다고 말했다.

일본과 월드컵을 공동 개최하는 한국은 90분 간의 경기 끝에 1-1로 비긴 뒤 연장에서 이겨 8강에 진출했다.

이보다 앞서 일본은 터키에 1-0으로 지며 월드컵에서 탈락했다.

처음에 한국은 월드컵 1승을 목표로 했다. 한국은 과거 월드컵에 5번 출전해 1승도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 포르투갈과 폴란드를 꺾고 미국과 비기며 조 수위를 차지하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

3회 우승 경력의 이탈리아는 크로아티아에 지고 멕시코와 비기며 2회전에 간신히 올랐다.

SEOUL, South Korea (CNN) / 이인규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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