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크림 쏟아진다, 남자를 위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9면

“처음 만났을 때부터 발랐으니까 원래 피부가 이런 줄 알더라고요. 안 들키면 그만이죠, 뭐. ”

 “신발 깔창은 고깃집 갔을 때 걸렸죠. 근데 이건 절대 걸릴 일 없죠. 여친이 상상도 못할걸요.”

 올 초 시리즈로 나온 한 남성용 피부톤 보정크림의 광고에 나오는 대사다. 그 다음 장면은 가수 싸이가 나와 “뭘 좀 아는 형이 한 수 가르쳐 준다”며 사용법을 알려준다.

 이 광고는 남성도 여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좋은 피부를 원한다는 걸 드러낸다. 그냥 좋기만 한 게 아니라 화장 안 한 ‘생얼’처럼 보이고 싶은 여성 심리와 그대로 닮아 있다.

 7일 명동의 한 화장품 매장에서 만난 직장인 김지훈(27)씨는 “피부 잡티를 관리할 수 있는 화장품을 사러 왔다”고 말했다.

 이날 김씨가 구입한 것은 남성용 CC크림. 위 광고 속 제품 역시 ‘싸이 에너지팩토리 맨즈 밤’이란 남성용 CC크림이다. CC크림은 스킨케어와 자외선 차단을 하면서 피부 톤을 보정할 수 있는 화장품이다. 싸이가 광고한 이 제품은 출시 한 달 만에 20만 개가 팔렸다. 지난달까지 매출액이 약 50억원에 달한다. 브랜드 자체 예상치의 2배가 넘는 실적이다. 박유사 소망화장품 마케팅기획부 부장은 “원래 매출 목표는 싸이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출시 한 달 후 10만 개였는데 두 배가 팔렸다”며 “일반적으로 남성 화장품은 제품 출시 후 반응이 여성 화장품보다 느린데 이렇게 빠른 반응은 이례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최근 국내 화장품 브랜드들이 줄줄이 남성용 CC크림을 내놓고 있다. 4월에는 바닐라코와 토니모리가, 지난달에는 더페이스샵과 엔프라니가 출시했다. 앞서 남성용 BB크림을 내놨던 헤라 옴므와 DTRT도 스킨케어 기능과 피부결을 매끈하게 만드는 기능 등을 추가한 제품을 선보였다.

올해 출시한 남성용 CC크림들. ① 꽃을든남자 싸이에너지 팩토리 맨즈 밤 ② 더페이스샵 네오 클래식
옴므 블랙 에센셜 맨즈 CC크림 ③ 바닐라코 잇 래디언트 멀티플 CC 포 맨 ④ DTRT 보이즈 비 볼드

 사실 BB크림도 남성 사이에 이미 인기였다. 2009년 몇몇 브랜드가 선보이기 시작하더니 지난해에는 비오템과 랩시리즈 등 대다수 남성 브랜드가 BB크림을 내놨다. LG생활건강 더페이스샵은 2011년 남성 BB크림을 출시한 후 지금까지 매월 4000개 이상 팔고 있다. 김지숙 LG생활건강 홍보팀 대리는 “남성 소비자도 BB크림은 기초화장품으로 생각할 정도로 인식이 변했다”며 “10~30대는 피부 표현 제품에 거부감이 없고, 40대 이상도 자외선 차단제는 거부감 없이 바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쓰면서도 불만은 있었다. BB크림은 아무래도 화장한 티가 나기 때문이다. 김은경 토니모리 상품개발팀 주임은 “여성용 CC크림이 나온 후 남성 고객이 그 제품을 사용하는 걸 많이 봤다”고 말했다. CC크림이 BB크림에 비해 색감이 옅어 화장을 하지 않은 듯 자연스럽게 보이기 때문이다.

 강화된 스킨케어 기능도 인기 요인이다. 최현위 바닐라코 마케팅팀 주임은 “피부 관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남성들은 피부 톤을 정리하는 동시에 피부를 더 좋게 만든다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또 여러 단계 화장품 바르길 귀찮아하는 남성 특성상 자외선 차단에 기능성 제품, 피부 톤 보정까지 세 가지 기능이 한번에 해결될 수 있다는 것에 매력을 느낀다는 것이다.

◆ CC크림=지난해 샤넬과 랑콤이 각각 컴플리트 컬렉션(Complete Correction) 크림, 컬러 콜렉터(Color Corrector) 크림이란 이름으로 피부 톤 보정과 자외선 차단, 스킨케어 기능을 섞은 제품을 출시하면서 이름 붙여졌다. 이후 다른 브랜드에서도 많이 출시하고 있다. CC크림이라고 부르지만 설명으론 콜렉트 앤드 케어라거나 콜렉트 앤드 콜렉트 등 다른 단어를 쓴다.

윤경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