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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금 원안대로 하면 2030년엔 50조 넘게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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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모든 노인에게 주려던 기초연금이 지급 대상을 제한하고 저소득 노인에게 좀 더 주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기초연금 방안이 수정되는 것이다. 국민행복연금위원회(위원장 김상균 서울대 명예교수)는 11일 4차 회의를 열어 “합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시각에서 논의를 지속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위원회는 학계·노동계·청년대표 등이 참여해 기초연금 실행방안을 논의하는 기구다.

 보건복지부 류근혁 국민연금정책과장은 “위원회에서 기초연금 지급 대상을 소득 하위 70~80%로 한정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이는 지속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려는 취지”라며 “모든 노인에게 지급하자고 주장하던 위원도 이 방안에 크게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날 위원회에 15가지 시행 방안과 재정 추계를 제시했고 위원들은 현행 고령화 속도를 감안할 때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할 경우 재정을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 2월 인수위가 제시한 안은 소득 하위 70%에게 월 14만~20만원을, 상위 30%에겐 4만~10만원을 지급하는 것이었다. 이대로 시행하면 올해 4조3000억원에서 내년에 7조5000억원으로 예산이 증가하고, 2030년엔 50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소득 하위 70~80%에게만 기초연금을 지급할 때 소득이나 국민연금 수령 여부에 따라 연금액을 차등화할 가능성도 커졌다. 복지부는 이날 회의 후 보도자료에서 “저소득 노인의 생활 개선, 복지 사각지대 완화 등을 함께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기초연금 축소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노인의 70%까지만으로 제한해도 지속 가능성이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기초연금 축소에 청와대도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18일 행복연금위원회 5차 회의를 열어 세부 방안을 논의한다. 정부는 7월 중 기초연금 시행안을 확정해 가을 정기국회에 법률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야당의 벽을 넘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가 인수위가 축소하면서 “공약 후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민주당 이목희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은 “기초연금은 박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다. 인수위에서 차별적 지급안이 나왔고 거기에서 또 바뀐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그래선 안 된다”고 말했다.

신성식 선임기자,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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