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6)등반 사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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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27일 밤의「가톨릭」의대생의 설악산등반대 조난비보를 듣고 산을 동경하고 산을 따르는 한사람으로 무척 놀라왔다.
사고지점의 지형이나 당시의 기상이변의 상태를 알지 못하는 풋나기 등산가인 필자로서는 사고원인을 분석 검토할 능력은 없으나 너무나 엄청난 젊은이들의 희생을 보고 평소 산을 오르내렸던 경험에 비춰 의문을 풀어보았다.
산을 보고 깔보지 않는 신중한 마음을 가지며 나아가서 산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지녀야하다.
인적이 드문 아름다운 산일수록 험준한 것이다. 등산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훈련된 기술과 치밀한 계획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자연에의 환원이라고 생각한다. 진실로 자연의 품에 안겨 심오한 대자연의 호흡을 통해 생명의 희열을 느껴야 하는 것이다.
각 대원들은 이번 등반에서 단체의 일원으로서 전 대원이 일심동체가 되어 서로 생사를 같이하겠다는 협동 희생정신을 가졌어야 할 것이다. 신문보도를 보면 9명의 대원이 뿔뿔이 헤어진 상태로 발견되었다고 하는데 각자가 개별적 행동을 취한 흔적이 보이는 것이 가슴 아프게 느껴진다. 특히 예기치 못했던 난경에 처할수록 대원들의 합리적이고 냉정한 상황판단력이 요구된다. 조난을 당했을 때 대원들은 가능한 최선의 방법을 강구했으리라고 믿어지나 체력유지와 기상변동을 예측하고 이에 대비했었더라면 귀중한 젊음의 생명을 빼앗기지 않았을 것이다. 사후약방문 격이지만 모든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대자연의 품에 돌아간 젊은 산악인들은 이제 다시 오지 않는다. 앞으로 이와 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마음의 자세를 가다듬는 것만이 젊은 영령들의 명복을 비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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