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연착 열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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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울역을 끼고 있는 탓으로 여행자들의 딱한 사정을 수없이 보게된다. 많은 사연이 엇갈리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추석이나 정초때 밀려 닥치는 귀성인파의 처리, 겨울에 흔히 보는 동태열차 또는 연착으로 통행금지시간 넘어 서울역에 내린 사람들의 노숙은 교통경찰로서 그대로 보아 넘기기 어려운 큰 문제를 내포하고 있지만, 1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정이 똑같다는 점에 특별한 관심이 있다. 지난번 추석 때에도 10만을 넘는 귀성객들이 먼지투성이로 쭈그리고 있다가 개찰이 시작되자 아우성치며 노도처럼 밀러나갔다.
그 뒷자리에 수북이 쌓인 벗겨진 고무신짝의 더미에서 무엇을 느낄 것인가? 비둘기가 한가하게 모이를 쪼아먹는 외국의 역과 비교하기에는 너무나 차가 크다. 이런 것을 보면 길이 넓혀지고 고속도로가 마련되는 등 갖가지 현대화의 조치가 이룩되는 것에 비해 서울역만은 적절한 조치 없이 이 사태를 구경만 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이런 경우는 어떤가. 얼마전 장항에서 서울로 오는 열차는 사람이 너무 많이 타「스프링」이 주저 않았고 이로 인해 통행금지 시간이 넘은 상오 1시에 도착했다. 사람들은 열차에서 내렸지만 통금에 막혀서 집으로 갈 수가 없다. 이런 일은 1년에 50건 이상 된다. 여행자들이 이슬이 내리는 역 광장에서 밤을 세우도록 버려 둘 수 없어서 교통경찰인 우리들이 시청의 통근「버스」나 아침 일찍 나가는「버스」를 동원, 임시변통으로 사태를 수습하고 있는 것이다. 가만히 생각하면 이것이 교통경찰의 할 일인가 하는 의문이 들고 보다 근본적인 면, 즉 철도청의 운영계획에서부터 시정돼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아직은 괜찮은 편이다. 이제 겨울이 왔을 때 서울역에서 벌여질 귀성객의 물결과 이를 제대로 처리 못하는데서 오는 혼란, 또 동태열차의 연착에서 오는 여행객의 불편에 미리 손쓰지 않고 교통경찰의「버스」동원으로 이를 해결하기는 너무 힘이 들 뿐 아니라 사리에 닿지 않은 일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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