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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조주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타조주의란 말이 있다. 어원은 분명치 않으나 아마 영어에서 전용된 것이 아닐까 한다. 곧 『그는 타조(ostrich)다』하면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의 추궁을 받은 관계장관들이 『잘 모른다』 『앞으로 선처하겠다』는 식으로 슬쩍슬쩍 꽁무니를 빼는 답변방식 같은것을 두고 하는말이다. 타조주의에는 또 엉덩이가 드러나는 것도 모르고 얼굴만 감추면 된다고 여기는 어리석음을 탓하는 뜻도있다. 그래서 속은 텅비어있어도 바깥만 번지르르하면 된다는 사고방식까지도 말하는 경우가 있다.
윈래가 타조란 허위대가 몹시 좋다. 그러나 가만히 보면 그 엉덩이가 거대한 품수로는 너무 벌거벗고있다. 혹은 또 너무 거대하기 때문에 더욱 엉성하게 보이는것인지도 모른다.
최근에노동청에서발표한바에의하면 우리나라에서도 71년부터는실업보험제도를마련하기로했다한다. 그리고 이를위하여 50명이상의 고용인을 갖고있는 전국2천3백여 사업체를 대상으로한 기초조사를 금년 말까지에 끝마치기로 했다한다. 대단히 반가운 일이다. 다만 이런 것도 결국은 일종의 타조주의에서 나온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따른다.
실업보험제란 「아이디어」는 「비스마르크」때의 독일에서 나왔고 그것이 구체화된것은 19세기의영국에서부터였다. 그후 거의 모든 선진국에서는 이 제도가 일반화되고있다. 그러니까개발국으로서의 구색을 갖추기위해서도 실업보험제도는 있어야할 판이다.
그러나 그것이 제대로 근로자들을 도울수있게 되기위해서 먼저 해결해 나가야할 문젯점들이 너무도 많은것같다. 우선 당국에서 구상중에 있는 보험제도는 보험료를 회사측과 종업원이 반반부담하기로 되어있다. 그러나 날로 노사분규가 찾아만가는 우리나라에서 동제도가 원만히 시행되어 나갈것 같지는 않은것이다.
더우기 가장 구제가 아쉬운 근로층은 최저일급 30원까지 미숙련공들이다. 말단 근로자일수록에 늘 불완전 실업상태에 놓여있기 마련이라는 문제도 있다.
말하자면 보험료를 제대로 지불할 능력이 없는 근로자들에대한 충분한 보호조처가 앞서야할것 같기도하다. 혹은 그래도 없는것보다는 있는게 좋겠다는 얘기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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