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청의 새신호탄|유소기 추방과 중공문화혁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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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5일밤 북평방송이 중국공산당이론지「홍기」최근호를 인용, 당부주석이며 국가주석인 유소기가 당내외의 모든 공직과 권한을 박탈당했다고 보도한 사실은 이른바 삼결합에 의한 수정주의적 실권파로부터의 탈권을 거쳐 새로운 권력기구인 전국29개성·시·자치구에서의 혁명위성립의 성공과더블어 수정주의적 반모파의 제거와 모택동·임표를 중심한 주류파에 의한 당대열의 재정비를 의미한다.
유소기가 사실상 당과 행정부의 공직을 박탈당하고 연금상태에 있는지는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29개성·시·자치구의 혁명위가 성립되고(9월5일), 10월1일 건국이래 14명의 당수뇌와함께 29개 혁명위대표의 명단이 발표된지 15일만인 15일밤에 유의 실각이 새삼 발표된 이유는 전국적으로 뿌리깊은 유의 세력으로부터 실권을 뺏어 기존의 당·행정기구에 대체된 권력기구인 혁명위설립에 의해서만 유의 실각이 실질적인 의미를 지닐수있기때문이다.
다시말하면 66년8월12일 문화혁명을 지시한 당결정(8기11중전회) 16개항이 발표된 이래, 흑룡강성(67·1·3)을 시초로 전국 29개혁명위가 마지막으로 성립된 9월5일까지 2년이상 적어도 지방의 당·행정기구에서의 반모 유소기파의 저항이 집요하게 계속되어온것이다.
혁명위원회는 수정주의적 실권파로부터의 권력탐취로 형성된 새로운 권력기구로서, 종래의 당·인민위원회(행정)를 해체, 그지역의 당·행정·재정·문화의 네권리를 한손에 쥐고있다.
『자본주의 노선을 걷는 한줌의 실권파』로 규탄받아온 수정주의세력의 우두머리인 유소기가 당내외 모든 공직에서 추방되었다는 발표는 유가 당부주석·당국방위부주석·국각주석의 권한을 행사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의 당직과 국가주석직은 각각 전당대회와 전국인민대표자대회(국회)에서만 임면이 결정될수있기 때문에 유의 공직추방은 사실화했을지라도 실은 전당대회와 전국인민대표자대회라는 기관에서의 의결이라는 법적절차가 아직 남아있다.
전국 29개성·시·자치구에서 당·행정기구에 대치된 새권력기구인 혁명위는 성립됐어도 당중앙과 중앙국가기구에서의 혁명위는 아직 구성되지않았다. 당중앙과 중앙국가기구에서 실권파를 추방하기 위해서는 지방당부와 행정기구에서의 이들의 추방이 선행되어야하기때문에, 앞으로의 과제는 최고급의 당·국가기구에서의 수정주의 반모세력의 추방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모택동·임표의 주류가 압도적인 주도권을 쥔 제9차전당대회와 전국인민대표자대회만 열 수 있으면 모택동이 추진한 문화혁명의 외형적인 기구상의 문는 일단락짓는 셈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10월1일 건국기념일식전에서 14명의 당수뇌에 이어 29개성·시·자치구혁명위대표가 발표된 사실은 주목될만하다. 이는「임시권력기구」인 혁명위가 앞으로 상당한 기간 존속할것임과 동시에 문화혁명의 추진, 당·행정조직의 개혁에서 혁명위에 가장 중요한 역할이 부과되는 것임을 시사한다.
혁명위의 성격은 아직 반드시 명백하지는 않으나 29개 위원회의 주임중 23명이 군관계자라는 점에서 군전제의 색채가 농후하다는 것이 일부에서 지적되고있다.
모·임체제의 기반이라고 할 혁명위의 전국적인 성립에 이어나타날 현상은 중앙당에서의 정당과 9차 전당대회이다. 혁명위의 전국적 성립에 이어 문화혁명투쟁의 주목표였던 수정주의 세력의 우두머리인 유소기의 모든 공직에서의 추방이 새삼 발표된 것은 내년봄으로 예측되고있는 9차전당대회개최를 위한 중앙당에서의 본격적인 정당작업의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이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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