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의 중립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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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11일 서진수 한은총재는 한은이 우리나라 중앙은행의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한은의 예산 및 결산권을 정부로부터 금통운위로 환원시켜야하며, 한편 산은·외환은행등 6개 특수은행에 대해서도 시은에 대한것과 같이 직접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어야 한다고 언명한바 있다.
이러한 서총재의 발언은 국회재경위의 국정감사에서 여야의원들로부터 중앙은행인 한은과 금융관계 최고의결기관인 금통운위가 재무부의 지나친 간섭으로 그독립성을 상실했다고 지적한 자리에서 표명된 것인데 일국의 금융정책의 대본산인 중앙은행의 총재가 금융정책에 중립성의 유지가 곤란함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는 것은 여러모로 우리의 주목을 끌지않을수 없다.
국민경제의 발전과 안전을 위한 금융정책의 담당기관으로서 중앙은행은 공정무사한 중립성은 유지되어야 하겠으나 우리 한은은 재무부의 지시를 받아야할 처지에서 결코 정책의 중립성을 기대할 수는 없는 형편에 있었고, 뿐만 아니라 오늘날 금융정책이 국내투자동향과 외환추세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투자기관인 산은 등의 5개 특수은행과 외환은행의 직접통제를 전제하지 않고서는 종합적 금융정책의 실시가 불가능하다 하겠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은이 정책수행에 있어 그 중립과 독립을 유지할 수 없었던 것은 정부당국의 지나친 간섭에 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번 제2단계 금리하향조정때, 그것이 명백히 금통운위 소관인데도 불구하고 금통운위가 소집되기도 전에 재무부가 독자적으로 결정, 발표한 사례는 한은법을 무시한 재무부의 독선적 행위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은법 제7조2항에는 금통운위가 한은법에 규정된 범위안에서 통화·신용의 운영관리에 관한 정책수립과 금통운위에 부여된 기타 기능과 권한을 행사하며 한은의 업무·운영·관리에 관한 지시감독을 할수 있도록 명백히 규정되어있다.
중앙은행이 그 정책에 중립성을 유지하고 그 정책적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서총재의 언명대로 한은의 예산 및 결산권이 금통운위에 환원되어야 하고, 또 동시에 특수은행의 통재권한이 주어져야할 것이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중립성의 유지로 한은과 정부사이에 어떤 대립관계나 불협화음을 듣게된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라고 볼수 없다.
세계각국의 예를 본다면 정부와 중앙은행의 관계가 다양하며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또 국회가 입법권을 지니고 있고, 행정부가 그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을 집행하는 입장에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정부가 금융정책에 있어 국회에 대하여 최종책임을 진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정부가 국회에서 책임을 진다고 해서 중앙은행이 담당하고 있는 금융정책의 개개의 운영까지 간섭한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통화가격의 안전과 금융의 공정중립된 운영에 커다란 위협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고, 이번 한은총재의 발언이 한은의 중립성확립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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