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9)「종삼」폐창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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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종삼을 없앤다고 한다. 김현옥 서울시장은 혁명적인 종삼폐창론을 느닷없이 들고 나왔다. 김시장은 지난5일까지 이 지역의 윤락여성을 선도, 다른 곳으로 옮기고 포주에 대한 빚도 무효화시키겠다고 했다. 한편 종삼에 출입하는 사람들의 명단을 공개하는등 방법으로 지난20여년동안 서울의 명물이었고 인신매매의 온실이었던 이곳을 주택가로 만든다고 발표했다. 무척 통쾌한 일로 서울의 거리가 명랑화 될 기대에 시민들은 모두 마음 흐뭇해 하고있다.
고대 희랍의 정치가 「솔론」이『가정주부와 처녀들을 불량배나 한량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처음 공창을 둔 이래 그런대로 명분을 지닌채 윤락행위는 사회의 그늘에서 행해져 왔다. 우리나라에도 고구려 시대에 이미 유녀(유녀)가 있었다는 기록이 있고 이조태종때 처음 폐창론이 조정에서 논의되었으나 뭇 신하들이「솔론」의 명분을 들어 반대했고 그후도 이 논의는 계속되었다. 한말 융희2년엔 역사상 처음으로 창기단속령을 반포, 단속한 이래 윤락의 역사는 오늘까지 그늘 속에 이어져 왔다. 종삼은 일제때 객주집의 온상이었다가 6·25때 서울대학에 군이 주둔한 때부터 점차 사창화 되어 지금까지 명물이 된 것으로 전한다. 이 지역 윤락여성은 서울시 집계에 따르면 8백51명으로 되어있지만 등록된 자의 수이고 실제론 1천5백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서울시의 발표가 있자 윤락여성들은 지금 철폐를 며칠 앞두고 보이지 않는 소동을 펴고 있다. 월부나 일부로 살아온 윤락여성들은 억울하게 물건을 빼앗기고 있고 적금이나 계를 든 자들도 이것이 깨어지는 바람에 이를 희망 삼아 살아온 이들이 울음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고 한다.
어쨌든 서울시의 이번 조치는 우선 박수를 보내는 일방 윤락여성도 인간인 이상 이들에게 이중삼중으로 피해를 주는 일이 없도록 선도했으면 좋겠다. 지난10윌6일부터 단속이 시작됐지만 윤락여성의 한숨 소리 또한 외면해선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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