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손」병은 고칠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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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손은 환약을 만들 듯 혹은 돈을 세듯 떨리며 얼굴은 무표정하게 굳어지고 허리는 둥글게 구부러지는「파킨손」병 (혹은 진전마비=진전마비)은 치명적인 것은 아니나 완치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신경욋과의사의 두통거리로 되어왔다. 병세를 누르는 약들이 많이 나왔고 수술로도 효과를 좀보고는 있다지만, 완치가 안됐던 고질인 그 「파킨손」병을 완전히 고칠수 있는 새로운 약이 개발되고 있다고 10월4일자「타임」지는 보도하고 있다. 미국에 30만 내지 1백50만명, 한국에도 수만명은 되리라는「파킨손」병 환자에게 일대 낭보라고 할수 있는 그 새로운 약은 어떤 것일까.
「파킨손」병 환자에 서광을 비춰줄 것으로 보인다는 그 신약의 이름은「엘·도파」(레보하이드록 시페닐라라닌의 약자).
「엘·도파」로 성과를 얻게된 중요한 이유는「파킨손」병이 뇌조직의 뇌간(뇌간)안의 신경조직이 정상적인 활동을 하기 위해 필요불가결이라고 여겨지는 인체 안의 화학성분인「도파민」의 부족으로 일어난다는 새로운 사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필요한「도파민」을 환자에게 투여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묻는 전문가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혈액내 관문(Blood Barrier) 과 뇌 사이에 있는 노쇠한 세포 사이에 도달하기에 앞서 자연히 구축되어 있는 장벽을 뚫지 못하는데 있다는 것. 하지만「엘·도파」가 함유되어있는 세 개의「아미노산」의 형태를 갖는「도파」는 이 장벽을 뚫을 수 있다는 것인데 이 진행작용은 비밀에 붙여있다. 아뭏든 필요한「도파민」이 뇌에 골고루 각 부분에 흡수된다는 것이다. 미국「뉴요크」주「롱아일랜드」에 있는 미 원자력위원회소속「부르크헤이븐」국립실험소의 한 작은 병원에 근무하는 「조지·시·코치아스」박사는 일찌기 제대로 정제되지 않은「도파」의 일종을 사용했다가 혼란을 초래한 적이 있다. 즉 초기증세가 있는 환자에게는 효과가 적었으나 심한 환자는 큰 진전이 있었다.
그러나 효과가 좋은 대신 부작용으로 심한 구토등을 일으켰으며 어떤 환자들은 매우 심하게 나타났다.「코치아스」박사는 더욱 정제된「엘·도파」의 형태의 약품이 좋으리라 생각하고 제조해내기 시작했다. 이 약은 아직 특허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우수한 장비를 갖춘 화학회사는 잎이 넓은 콩과 잔털이 많이 난 콩과류에서 이 약을 제조해내는데 필요한 물질을 채취할 수 있다고 한다. 「코치아스」박사는 지난2년동안「엘·도파」로 완쾌한 28명의 환자를 가지고 있다. 아직 미국의 식품 및 약품행정기관으로부터 정식으로 처방(處方)권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몇 안되는 미국의 의료기관에서만 실험되고 있으며 의학도들에게만 연구되고있다.
미국립보건원과「파킨손」재단에서는「엘·도파」실험을 승인할 수 있는 다수의 연구소 건립을 서두르고 있다. 한편 서울의대 신경욋과 심보성 교수는 지난1년간 약20여명의「파킨손」환자가 서울의대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말하면서 투여된 의약품은「벨라도나」계통과 이와 비슷한 효과를 나타내는 합성물질(合成物質)의 두 가지였는데 뇌 세포 안의 헐액내관 때문에 장해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에 새로 개발된 「엘·도파」는 혈액내 관문 때문에 생기는 장애를 돌파한 점으로 보아 좋은 전망을 준다고 심박사는 말했다. <선우춘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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