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멈춰선 삼화고속, 인천시가 나서라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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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삼화고속지회 노동조합원들의 파업으로 운행을 거부함에 따라 노선이 운행 중단돼 다음과 같이 안내하오며,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1년7개월 만에 또다시 반복됐다. 6일 오전 5시 시작된 공공운수노조 삼화고속지회 노조의 무기한 파업 얘기다. 각 정류소에는 부랴부랴 사과 안내문이 나붙었다. 파업으로 인천과 서울을 연결하는 7개 노선의 버스 운행이 무기한 중단됐다. 출근시간 지옥철인 서울 지하철이 월요일부터 더욱 콩나물 시루가 될 듯하다.

 노조 파업은 사측의 노선 매각 결정이 발단이 됐다. 사측이 “경영 악화로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며 인천~아산, 인천~천안, 부천~공주 등 3개 시외버스 노선을 팔기로 방침을 세우자 노조가 반발했다. 노조 측에선 이를 두고 “이들 노선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며 “이는 구조조정을 하기 위한 전략”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파업을 촉발한 쟁점을 두고 또다시 양측이 진실게임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2010년 12월 공항철도와 지난해 10월 지하철 7호선 서울 온수역~인천 부평구청역 구간이 완공되면서 삼화고속은 경영 상황이 악화됐다. 기업이라면 당연히 미래 경영 위기를 전망해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경영 악화에 대응하고자 하는 삼화고속의 태도가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 ‘수익 하락으로 인한 경영 악화’는 경영 위기로 인식하면서 정작 조직 내의 불신은 경영 위기로 인식하
지 않는 모습이다. 일찍이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린 피터 드러커 교수는 신뢰와 이해를 통한 조직 구성의 중요성을 설파해 왔다. 신뢰와 이해를 통해 조직 내 불신이 해소됐다면 노조가 사측에 대해 “구체적인 자료도 내놓지 않고 경영 악화만을 외친다”고 불평하진 않았을 것이다. 불신의 간극이 크다 보니 매각 노선의 160 명 노동자에 대해 고용을 유지하겠다는 사측의 말이 이들에겐 ‘팥으로 메주를 쑨다’는 말에 불과하다. 불신의 간극을 메우지 않는 한 파업은 반복되게 돼 있다. 상황은 악화될 뿐이다. 경영 관리의 ABC는 갈등 관리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인천시도 무엇을 했는지 의문이다. 삼화고속의 경우 시내버스가 아니기 때문에 인천시가 적자를 보전해 주지 않는다. 그런 탓인지 당장 시민의 불만이 터져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긴급 버스 투입에만 신경 쓰는 듯하다. 인천시가 갈등 중재를 위해 무엇을 노력했는지 구체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사태 해결을 위해 무엇을 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몇 년간 수없이 중재 노력을 했지만 양측의 입장차가 너무 컸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라고 인천시 관계자는 답했다. 문득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했던 말이 떠올랐다. “소중한 아이가 앓고 튼튼하게 자라지 못하면 모든 부처가 어떻게든지 쑥쑥 자라게 하기 위해 정성을 다해야 한다. 얘가 잘 자라지 못하는데 노력한 것을 갖고 자랑하겠나?”

노진호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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