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의 대목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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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본사가 주관하는 방송가요 대상의 제 4회 시상식이 내일 열린다. 이를테면 우리나라 가요계의 대목 날이다.
좋은 ,의미에서 유행가는 대중의 생리와 세태를 가장 민감하게 반영시켜 주는 것. 그것은 민중의 생활의 애환융 그리고 꿈을 노래하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나 이를데 없이 어지럽고도 거친 역사의 격동을 말없이 견뎌나가야 했던 우리네 민중의 가슴속에 담긴 정열과 허무감 또는 애수는 우릴 어쩔 수 없이 「아리랑의 나라」로 만들어 주는가 보다
그래서인지 가장 많이 쏟아져 나오고 또 많이 애창되는 유행가들은 대개가 애수, 황혼, 이별, 나그네 등 애조를 띤 제명을 갖기 마련이다.
대중은 감위적이기 마련이다. 눈을 흘리기 쉬운 것도 우리네 대중의 생리다. 해방 후 지금까지 「히트」한 곡들은 대개 죽음과 허무에 젖은 「멜러디」이며, 고독에 지친 마음속에 문득 찾아드는 안식에 싸인 죽음에의 유혹에 감미롭게 담긴 것들이다.
이렇게 우리네 전통적인 민중의 심정이라고 보면 그만일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그 너무도 청승맞고 구슬픈 가락들은 우리들을 위험한 감정 속에 휘몰아 넣을 두려움이 있다.
최근에 이르러 구수하고 밝은 곡조, 명랑한 가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러니까 매우 반가운 일이긴 하다. 그러나 그것들도 어딘가 향락적인 색조를 띠고 있는게 보통이다. 4년 전과 지금과를 비겨 볼 때 우리네 가요들도 많이 자랐고, 또 바꾸어졌다. 그러나 아직도 전통적인 민요의 아름다움과 맛을 살려가며 근대적인 음악의 메아리를 들려주기에는 아직 멀었다는 느낌이 든다.
여기엔 대중문화로서의 유행가가 너무 흥행위주로 되어 잇다는데도 까닭이었다. 제일 손쉽게 돈벌이가 되고, 「히트」하나만하면「스타」 가 될 수 있는건 가요밖에 없다.
그래서 시인지망생의 몇 곱절이나 되는 가수지망생이 거리를 누비고 있다. 속성가요 학교가 서울에만도 30여개소나 된다. 이들은 모두 대중의 구매에 영합하는데만 더 머리를 쓴다. 그러니까 언제가도 우리네 대중의 취미는 속악성을 면치 못하게 된다.
상을 타고, 자축하는 것도 좋지만 좀더 대중에 대한 책임감도 우리네 가요계가 가져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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