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책망받아 마땅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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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SI.com의 월드컵 분석가 가브리엘 마르코티가 '91분' 칼럼을 통해 월드컵 대회 기간에 매일 매일의 경기 내용을 상세히 보도한다.

안녕. 프랑스가 단 한 골도 넣지 못하고 월드컵을 떠난다. 세리에A(다비드 트레제게)와 프리미어리그(티에리 앙리)의 득점왕들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누가 이런 일을 상상이나 했겠는가?

덴마크 전에서 지네딘 지단이 돌아왔다. 그러나 그조차 프랑스의 몰락을 막지 못했다. 결국 덴마크가 2-0으로 승리했다.

앙리와 엠마뉴엘 프티가 출장정지 당한 상태에서 로저 르메르 감독은 언제나 해오던 방식대로 했다. 맹목적으로 노장들에게 집착했고 계속 보여줬던 4-2-3-1 전술을 채택했다. 클로드 마켈렐르와 패트릭 비에이라가 나란히 서고, 크리스토프 뒤가리가 왼쪽에, 트레제게가 오른쪽 전방에 나섰다.

완전히 실패작이었다. 트레제게는 또 다시 봉쇄됐고 뒤가리는 없는 게 나을 뻔 했다. 그리고 오른쪽의 실뱅 빌토르드는 평소처럼 허둥댔다. 지단의 짐만 늘어났을 뿐이다. 그러나 모르텐 올센 덴마크 감독은 필요한 대응책을 마련했다. 크리스티안 포울센을 전방 수비 전선에 투입하고 맹렬한 2인방 스티 퇴프팅과 토마스 그레베센을 나란히 배치했다.

지단은 이 세 명에게 효과적으로 묶였다. 때때로 이들을 뚫고 나와 그의 마술을 보여주긴 했지만 충분하진 못했다. 트레제게와 주장 마르셀 드사이는 골대를 맞췄다. 그리고 프랑스의 공격은 여러 번 토마스 소렌센의 선방에 막혔다. 하지만 여전히 '르 블뢰'에게서 챔피언의 면모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전반에 데니스 로메달이, 후반에 욘 달 토마손(드사이의 셔츠를 잡아당긴 다음이긴 하다)이 성공 시킨 두 골은 프랑스를 침몰시켰다. 남은 월드컵에서 지단을 볼 수 없다는 면에서는 슬픈 일이다. 그러나 이번 일의 책임은 프랑스 자신(그리고 르메르)에게 있다.

한편 전 세계 챔피언 우루과이는 월드컵 역사상 가장 위대한 부활을 이끌어 낼 뻔 했다. 전반을 마쳤을 때 세네갈은 파프 부바 디오프의 두 골과 칼릴루 파디가가 성공시킨 페널티킥으로 3-0으로 앞서 있었다. 경기는 이미 끝난 것 같았다. 그러나 우루과이는 고투 속에서 다시 한 번 자신이 정신력이 가장 강한 팀들 중 하나라는 것을 증명하며 승부를 되돌렸다. 하지만 결국 3-3 무승부로 경기를 마쳐야 했다.

먼저 히카르도 모랄레스가 한 골을 만회했고 그 다음 디에고 포를란이 페널티 구역 바깥에서 엄청난 발리슛을 쏘아 넣었다. 마지막으로 알바로 레코바는 종료 3분을 남겨놓고 페널티킥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면서 경기는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다. 경기 종료 직전 모랄레스는 무방비 상태에서의 헤딩슛을 실패하고 말았다. 이것이 성공했으면 우루과이는 세네갈을 제치고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이 경기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페널티킥을 성공시킨 세네갈의 엘 하지 디우프는 혼자 넘어진 것 같았고 레코바의 페널티킥을 만들어냈던 파울도 좀 애매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우루과이는 대회 내내 많은 기회를 허비한 데 대해서 대가를 치르게 됐다. 지단이 떠나는 것만 슬퍼하지 말고 최고의 왼발로 불리는 레베카의 몫도 남겨둬야겠다.

이번 월드컵은 또 하나의 강팀을 잃었다. 독일에게 2-0으로 패한 카메룬이다. 이 경기는 주심 안토니오 로페즈 니에토가 16번이나 꺼내든 옐로우 카드(그리고 레드 카드 2번)로 기억될 것이다. 3회 우승국 독일은 희안하게도 10명이 남자 전보다 더 좋은 경기를 펼쳤다(카르스텐 라멜로브가 전반 막판에 퇴장당했다). 루디 펠러 감독은 카르스텐 얀커를 마르코 보데로 교체해 4-4-1 대형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었다.

카메룬은 여러 번 기회를 맞았다. 그러나 처음으로 골문을 연 선수는 독일의 보데였다. 이후 경기에서 '불굴의 사자들'은 골대를 맞추는 등 끊임없이 공격을 퍼부었지만 기회를 잡지 못했다. 파트릭 수포가 경기 막판 퇴장 당하고 미로슬라브 클로제가 추가골을 넣으면서 경기는 돌이킬 수 없게 됐다.

E조에서 살아남은 다른 한 팀은 아일랜드였다. 아일랜드는 주장이자 유일한 세계 수준의 선수 로이 킨 없이 경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아라비아를 3-0으로 격파하며 놀라운 단결력과 16강 진출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줬다. 로이 킨은 마이크 매카시 감독과 격렬한 말다툼을 벌인 뒤 팀을 떠났다. 킨이 없는 상황에서 득점포를 열며 시름을 날려준 선수는 또 하나의 킨, 로비 킨이었다. 이후 아일랜드는 데이미언 더프와 게리 브린의 추가골로 앞서 나갔다.

최고의 선수

스티 퇴프팅, 토마스 그레베센(덴마크, 공동)

이들은 자객들처럼 생겼고 또 그렇게 경기했다. 그러나 이들은 미드필드에서 효과적인 수비를 보여줬다. 모르텐 올센 감독이 2명의 공격수와 2명의 날개를 둘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의 존재 때문이다. 이들은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며 간결한 패스를 날렸고 이것이 덴마크가 2회전에 진출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이다.

최악의 선수

크리스토프 뒤가리

기대 이하의 성적은 프랑스 팀 전체에 책임이 있다. 그런데 왜 뒤가리를 뽑았을까? 그가 프랑스 팀의 잘못을 전형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확실히 전성기를 지났고 이번 월드컵에 나오지 말았어야 했다(스테판 달마, 올리비에 다쿠, 윌리엄 갈라스, 에릭 카리에르 같은 선수들은 엔트리에서 제외된 상황에서 더욱 그렇다). 그러나 그가 우승의 주역 중 하나라는 로저 르메르의 빗나간 충성심 덕택에 덴마크와의 중요한 경기에 나섰다. 그의 부진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공정히 하자면 프랑스 선수들 중 누구도 이 상을 탈 수 있었다.

최고의 골

디에고 포를란(우루과이)

그는 많은 득점을 올리는 선수는 아니다. 그러나 세네갈 전에서의 통렬한 슛은 정말 일품이었다. 그는 40야드 떨어진 곳에서 직선으로 뻗어가는 중거리슛을 날렸다. 대회 최고의 골로 경합할 만 하다.

관전 포인트

스페인 주심 안토니오 로페즈 니에토는 카메룬 대 독일 전에서 경고 16번, 퇴장 2번을 명했다. 이 경기는 과열 양상을 띠고 있었다. 여기서 경고 조치들은 경기 질서를 유지하는 효과적인 방책이 될 수 있다. 선수들은 이상한 몸짓과 태도로 주심에게 호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서투른 선심 문제가 나타난 월드컵에서 카드를 남발하는 주심은 필요없다. 때로는 조용한 한 마디가 훨씬 더 효과적이다.

오늘 경기 전망

F조에서 아르헨티나가 탈락의 위기에 빠져있다. 마르셀로 벨사 감독이 이끄는 아르헨티나는 기본적으로 스웨덴을 상대로 승리해야 한다(그러나 나이지리아가 잉글랜드를 이긴다면 무승부도 충분하다. 그러나 그때도 득실을 따져봐야 한다).

1962년 칠레에서 아르헨티나가 처음으로 월드컵 1회전에서 탈락했을 때를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그때 아르헨티나는 첫 경기를 1-0으로 이기고 2차전에서 잉글랜드에게 패했다(비슷하지 않은가?). 그리고 3차전에서 승리해야 했지만 무승부를 기록해 결국 탈락했다.

아르헨티나의 누구도 역사를 반복하지 싶어하지 않는다. 그래서 벨사 감독은 선수 진용을 바꿀 것으로 알려졌다. 디에고 시메오네, 후안 세바스티안 베론, 디에고 플라센테를 각각 마티아스 알메이다, 파블로 아이마르, 호세 차모트로 교체한다. 게다가 클라우디오 로페즈 고메즈를 왼쪽 날개에, 킬리 곤잘레스를 미드필드에 배치하고, 후안 파블로 소린을 벤치에 앉힌다.

다른 F조 경기에서는 잉글랜드와 나이지리아가 맞붙는다. 나이지리아는 이미 탈락이 확정됐다. 이론 상으로는 '슈퍼 이글스'가 이번 경기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러나 이럴 때, 즉 편안하고 부담이 없을 때 선수들은 최대의 힘을 발휘한다. 그래서 이번 경기는 영국 언론이 알고 있는 것보다 잉글랜드에게 더 위협이 될 것이다.

B조에서 남아공은 이미 2회전 진출이 확정된 스페인에게 무승부를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조모 소노 감독의 남아공은 아직 최상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스페인이 느슨하게 나오는 상황을 이용할 수 있다.

파라과이는 지금의 난국의 원인을 남아공과의 개막전 막판에 허용한 페널티킥에서 찾을 것이다. 파라과이가 할 수 있는 것은 슬로베니아에게 대승을 거두고 스페인이 남아공을 이기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주목할 선수

파블로 아이마르(아르헨티나)

조국의 여론이 그를 스웨덴 전에 출장시킬 것 같다. 바로 후안 세바스티안 베론의 자리에 말이다. 이 젊은 플레이메이커는 발렌시아에서 그럭저럭 시즌을 시작했으나 좋은 활약을 보이며 발렌시아의 스페인 리그 우승에 큰 기여를 했다. 잉글랜드 전에서 베론과 교체되서 나온 그는 날카로워 보였다. 그러나 오늘은 부담이 크다. 아르헨티나가 스웨덴의 수비를 열 수 있는가는 그에게 달려있다.

Gabriele Marcotti (CNNSI) / 이인규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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