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난 김정은 '원산 구상' … 경제특구 확대 가능성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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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최근 새로 지어진 보성버섯농장을 방문해 수행원들과 함께 농장을 둘러보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정상화 등을 위한 당국자 회담 제안은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원산 구상’에서 구체화된 것으로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김정은은 지난달 최용해 북한군 총정치국장이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나고 돌아오던 날, 평양을 비우고 원산으로 향했다. 정부는 최용해 특사의 대면 보고를 받지도 않은 채 김정은이 원산으로 이동한 것을 두고 “뭔가 있지 않겠느냐”고 판단하고 지난달 중순 이후 북한의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해 왔다.

 당시 김정은은 인근 군부대를 찾아선 “군부대가 정리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며 언짢다는 표시도 했다. 이 시기 우리 정보당국엔 북한이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회담 제안을 할 예정이라는 첩보가 입수됐다. <본지 5월 29일자 10면> 북한이 전격적인 ‘중대 발표’로 허를 찌를 수 있다는 게 정보당국이 입수한 첩보의 내용이었다.

 당시 정부는 북한의 발표 카드로 ▶남북 당국 간 회담 제안 ▶경제 분야 개각(改閣) ▶특구 추가 지정 등이 있을 것으로 보고 대비해 왔다. 중대 제안이 현실화될 경우 시기는 5월 말~6월 초가 유력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특사로 이지마 이사오(총리자문역) 특명 담당 내각관방 참여가 북한을 방문하고, 최용해 특사 카드가 기대에 못 미치자 북한이 결국 남쪽으로 방향을 틀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힘을 더했다.

 북한의 회담 제안에 대해 정부가 4시간 만에 수용의사를 밝히고, 7시간 만에 회담 장소와 날짜를 역제안한 것도 이 같은 다각도의 분석을 통해 나름대로의 대비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관측이 현실로 나타나자 북한의 다음 카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익명을 원한 당국자는 6일 “김정은의 원산 구상과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들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현재로선 첩보 수준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언급을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이 낙후한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들을 연이어 발표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당장 북한은 이날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정령으로 채택된 경제개발구법안을 발표했다. 북한은 지난달 29일 채택된 이 법안을 남북회담 제의와 동시에 공개했다.

 이를 두고 김정은이 원산 구상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정창현(북한학) 국민대 겸임교수는 “북한은 오래 전부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책들을 구상해 왔다”며 “장거리 로켓 발사(지난해 12월)와 3차 핵실험(지난 2월)으로 국제사회에서 코너에 몰리면서 속도를 조절했으나 김정은이 원산 구상을 통해 최종 결심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인민경제생활 향상’을 모토로 내걸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 수입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개성공단 정상화와 함께 전방위적인 경제 조치들이 추진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앞으로 신의주와 해주·남포 등지를 경제특구로, 백두산이나 칠보산 등을 관광특구로 명문화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금명간 북한이 신의주특구 착공식을 실시할 것이란 첩보도 있다고 한다.

 북한이 국가관광총국·경제개발총국·우주총국 등을 설치할 예정이란 소문도 돌고 있다. 그동안 자신이 강조해 왔던 핵·경제 병진노선의 당위성을 대외적으로 과시하기 위해서다.

 외자(外資) 유치와 관련한 법령 공표 등도 예상되는 대목이다. 특히 이달 하순의 한·중 정상회담 등을 앞두고 공세적 조치의 일환으로 6자회담 복귀를 전격 선언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한·미 양국 정부가 북한의 핵 보유에 대한 근본적인 태도 변화 없이는 6자회담에 나서지 않을 것임을 강조하고 있어 북한이 핵을 내려놓지 않는 한 근본적인 관계 개선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날 현충원에서 진행된 연설에서 “북한의 핵과 경제 병진노선은 성공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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