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박수 받지 못하는 공군의 금연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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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정용수
정치국제부문 기자

군대에서 “담배 일발 장전” 하는 구호는 사병들에겐 예나 지금이나 ‘복음’이다.

 하지만 이 “담배 일발 장전”이란 구호가 공군에선 역사 속으로 묻히게 됐다. 다음달 1일부터 공군 부대 안에선 담배를 피울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항공기를 운용하는 비행단에서부터 산꼭대기에 있는 레이더 부대까지 공군 소속의 모든 부대엔 금연이 실시된다. 흡연자는 비행훈련을 박탈해 조종사가 되는 길도 막히게 된다.

 이 같은 공군의 시도는 금연정책의 측면에선 파격적이고 일리가 있다. 금연이 확산되는 사회적 분위기에도 맞는다.

 이런 지시를 내린 성일환 공군참모총장은 지난해 4월 부임 이후 금연에 지대한 관심을 가져왔다 . 본인도 흡연을 하다 2008년 공군사관학교장이 된 이후 담배를 끊었다. 사관생도들에게 담배를 못 피우게 하면서 교장이 흡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이 같은 노력으로 과반에 가까웠던 흡연자 비율이 33%까지 줄었다는 게 공군의 설명이다. 성 총장은 지난달 31일 금연의 날 행사 때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금연 정책엔 동의하지만 방법엔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3월 군대 내 장병들에게 과도한 금연을 강요한 군 지휘관에게 경고조치할 것을 해당 부대에 권고했었다. 지휘관의 조치가 헌법 제10조에 보장된 행동자유권과 헌법 제17조의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간부들과 병사들이 금연 이행에 있어 차별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출퇴근이 가능한 간부들은 퇴근 이후엔 부대 바깥에서 흡연이 가능하다. 반면에 24시간 영내 생활을 하는 병사들은 외출·외박, 휴가 등이 아니면 흡연이 불가능하다. 그러니 무조건 담배를 끊으라고 한다면 그건 병사들뿐 아니라 간부들에게도 적용돼야 한다. 하지만 부대 바깥의 흡연 문제까지 간여하는 건 공군참모총장이 강요할 수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

 이번 정책의 검토 과정에서 공군 법무참모들은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다. 그러나 참모총장의 의지가 강하다 보니 일부 참모가 정책을 그대로 밀어붙였다는 말이 나온다. 합리적 판단보다 지휘관의 의지가 곧 법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아직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현재 해병대 1사단은 중대원 전원이 금연에 성공하면 외출이나 외박을 주고 있다. 극단적 정책을 밀어붙이기보다는 금연에 성공할 경우 혜택을 주는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는 게 정답이란 생각이다.

정용수 정치국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