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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포츠 조기교육 열풍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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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들에게 어릴 때부터 스포츠 교육을 시키는 미국 부모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니콜라스는 서브를 넣고 네트로 대시하려 하지만 그의 키는 네트 보다도 조금 작다. 타티아나는 테니스 라켓을 제대로 들고는 있지만 공이 핑핑 지나갈 때면 안타깝게도 공이 아니라 아빠를 쳐다보고 만다. 그리고 노아는 공이 날아올 때 뒤로 돌아보지만 않는다면 공을 받아 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테니스 선수들은 모두 생후 2~3년 사이의 유아들이다. 이 아이들은 스포츠 '조기교육 열풍'에 따라 부모들 세대에서는 유아용 모래상자에서나 놀고 있을 나이에 정식 스포츠 경기를 배우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 교외에서 생후 2년 정도의 아동들을 상대로 테니스 강습을 하고 있는 실비아 싱글톤은 30분당 40달러라는 비싼 수강료를 받고 있지만 수강 신청자들은 항상 넘쳐나고 있다. 메릴랜드주 몽고매리 카운티 근교에서는 세살배기 아이들이 스포츠 캠프에서 골프를 배우고 있다. 몽고메리 카운티에는 음악에서부터 마사지 강습에 이르기까지 30여개의 유아대상 강좌가 개설돼 있다. 3년 전만 해도 이런 곳은 찾아볼 수도 없었다. 하지만 이제 버지니아주 라우던 카운티에서는 세살배기 아이도 축구 교실 학생이 될 수 있다.

올해 세살이 된 페이지의 어머니 서니 얼랭거는 경쟁이 치열해서 세살 때부터 시작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얼랭거는 "또래 친구들이 네살이나 다섯살 때부터 시작하는 마당에, 페이지가 아예 세살 때부터 시작하는 것이 더 유리할 거라 생각한다"며 "이 분야의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져서 되도록 어릴 때부터 시작시킬 수밖에 없다."

얼랭거는 페이지에게 있어 축구는 '제2 종목'일 뿐이며 테니스가 주종목이라고 말한다.

"현재 매일 테니스 교습을 시키고 있다. 페이지는 매일 70여개의 공을 치고 있다. 우리들은 언젠가 페이지가 비너스나 세레나 같은 유명 테니스 선수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많은 아이들이 15세 무렵 운동에 흥미를 잃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스포츠 조기교육을 시키는 많은 부모들은 자녀들이 단순히 미래의 슈퍼스타가 되기를 희망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 장학생이 되기도 바라고 있다. 라우던 카운티 공원·휴양국의 릭 올드필드는 이런 조기교육 열풍이 부모들의 극성 탓이라고 말한다.

올드필드는 "아이들이 걸음마를 때기 시작하면 야구 방망이나 축구공을 가져다 주고는 곧바로 조기교육을 시키는 것 같다"며 어린 운동선수 자녀를 둔 부모들로부터 많은 문의 전화를 받는다고 전했다.

"이들은 자녀들이 소속된 팀의 훈련시간을 늘릴 수 없겠느냐고 물어온다. '일주일에 한 번으로는 부족하니 일주일에 3일 정도로 늘려줄 수는 없겠느냐'는 식이다."

지금은 꼬마들이 운동하는 것을 즐거워할지 모르지만 어린이 스포츠가 점점 경쟁적으로 돼가는 가운데 계속 재미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운동에 아예 흥미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맨하튼 소재 청소년 스포츠 의학 센터의 에릭 스몰 박사는 운동 자체에 흥미를 잃어버리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고 말한다.

스몰 박사는 "아이들이 운동을 그만두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더 이상 재미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왜 재미가 없을까? 이는 지나치게 경쟁이 치열해 지기 때문이다. 이제는 놀 시간도 충분치 않고 좌절감도 느끼게 된다."

스몰 박사는 점점 더 어린 나이 때부터 한 가지 운동만 집중적으로 훈련시키고 있는 추세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운동 부상을 치료해 온 그는 지난 10년 사이 '혹사'로 인한 부상이 크게 증가하고 있음에 주목한다. 10년 전 만해도 이런 혹사 문제로 부상당한 환자 수는 전체의 10%수준이었지만 이제는 75%에 이르고 있다.

"이들은 근육에 충분한 휴식을 주지 않고 계속해서 혹사시켜 스트레스성 골절이나 건염 등을 유발시키게 된다"고 스몰은 말한다. "이런 부상은 일반적인 중상보다 더 심각하고 치료도 어렵다. 이런 증상은 만성통증으로 이어지거나 노년에 관절염으로까지 발전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어린이들의 심각한 비만률 및 전자오락 중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처럼 어린아이들이 체육 활동에 참여한다는 것은 희소식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두세살짜리 유아들은 정식 스포츠 강좌에 등록하지 않고서도 부모들과 뒷마당에서 놀면서 공차기나 공던지기 기술을 얼마든지 배울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아이들이 계속 재미를 느껴야 한다는 점이다.

Kathy Slobogin (CNN) / 오병주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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